미래창조과학부가 어제 내놓은 주파수 할당안을 놓고 이동통신 업계가 하루종일 시끌시끌했다. KT는 1.8㎓ 인접 대역 할당안을 반기면서도 광대역화 시기와 지역 제한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공정경쟁을 깡그리 무시한 안이라며 경매 `보이콧`까지 내비치며 반발했다. 사업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미래부 역시 고민스러웠겠지만 새 주파수 할당안은 한마디로 `무소신`과 `무책임`의 전형이다.
할당안을 보면 어떻게 하든 특혜 시비만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속내가 뚜렷하다. KT에 1.8㎓ 인접 대역을 주면 특혜 시비가 나올 게 뻔하니 서비스 시점과 영역, 심지어 품질까지 제한하는 조건을 붙였다. 미래부는 또 1.8㎓ 대역에서 LG U+만 2개 연속 블록을 낙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경쟁사를 배려해 KT의 인접 대역 할당시 나올 특혜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작 LG U+는 경매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SKT는 자사만 할당을 배제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경매제 고집도 특혜 논란을 의식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경매제는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언뜻 시장에 맡긴, 합리적인 제도로 보인다. 그런데 어느 사업자에게 할당해도 나올 특혜 시비를 피하기에 이 제도만큼 좋은 게 없다. 새 할당안엔 후자가 더 작용한 것처럼 여겨진다.
어느 쪽으로 가도 특혜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은 미래부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이번엔 이를 너무 의식했다. 함정을 요리저리 피해가며 만든 안이지만 정작 특정 사업자만 배려했다는 비판을 피한 것도 아니다.
1안부터 5안까지 할당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미래부가 이루려고 하는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확실한 정책 방향과 원칙으로 어느 사업자도 설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이지 않는다. 온갖 잡음이 있었지만 소신 있는 정책으로 결국 정보통신강국을 이룬 옛 정보통신부와 너무 다른 미래부다. 오늘 열릴 공청회는 할당안보다 미래부 소신이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는 자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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