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도로를 달릴 때 발생하는 배출가스가 전혀 없다. 그러나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내연기관차보다 많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에너지 효율은 탄소 배출량과 대체로 반비례해 탄소배출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UN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가 최근 발표한 배출계수를 적용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탄소배출량을 보면 휘발유차는 100%, 경유차는 88.9%, 전기차는 48.6%로 전기차가 절반 이상 적게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연구 결과에도 우리나라 현재의 전원 믹스를 감안한 전기차의 효율은 내연기관차의 약 2.6배로 나타났다.
공식적인 통계로 전기차 효율이 좋다는 것을 알려도 여전히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석유로 운행하는 자동차와 석유로 전기를 생산해 전기차를 운행하는 것을 비교하면 전기차의 친환경적 장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석유를 자동차에 넣어 운행하는 때에는 크게 두 가지 단계에서 손실이 생긴다.
첫째는 엔진에서 약 70%의 손실이 발생한다. 1차 연소 후 폐열을 재이용하는 일반적인 연소와 달리 순간적 폭발을 통해 구동을 얻고 여열을 이용하지 못한 엔진연소의 특성 때문이다.
둘째는 엔진에서 바퀴까지 가는 동력전달 과정에 30~36%의 손실이 일어난다. 워터펌프, 발전기, 공회전 등을 망라한 손실이다. 이러한 손실을 종합하면 내연기관차의 최종 에너지 효율은 19% 정도다.
반면에 전기차는 전력 생산과정에서 복합 화력의 발전·송전 과정 손실률이 55% 정도다. 내연기관보다 손실이 적은 것은 연료를 완전 연소해 터빈을 돌리고 폐열을 재이용하기 때문이다. 동력전달 과정과 배터리나 모터구동 과정에서도 약 15% 손실이 발생한다. 공기 저항이나 바퀴의 구동마찰 등에 의한 손실은 내연기관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공회전 손실이 없다. 또 변속기 등 140개가 넘는 구동부품으로 작동하는 내연기관에 비해 불과 4~5개의 부품으로 간결하게 구동하기 때문에 동력전달 손실이 현저히 낮은 건 당연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한 전기차의 최종 효율은 38%가 조금 넘는다. 즉 기름 1ℓ를 투입하면 0.38ℓ의 효율을 보이는 것이고 내연기관의 0.19ℓ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효율이다. 특히 전기차는 내리막길 등에서 관성으로 주행할 때와 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그 구동력으로 자동 충전되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효율은 더 높아진다.
더구나 기술이 정점에 이른 내연기관에 비해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전기차의 미래를 생각하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에너지 효율 비교는 무의미하다. 국내 모회사의 배터리 개발속도를 보면 3년 전 150(wh/㎏)에서 금년에는 200(wh/㎏)이 됐다. 배터리의 용량(밀도)도 1년에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기존의 디젤열차를 급속하게 대체하는 전기 고속열차(KTX) 등만 생각해봐도 전기 동력의 파워와 효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가 밀집한 도로에서 주행할 때 유해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는 축복 같은 존재다. 발전소는 비교적 인구밀도가 낮은 외곽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의 배출을 비교적 쉽게 컨트롤할 수도 있다. 그 뿐만아니라 요즘처럼 블랙아웃을 걱정해야 하는 피크부하 대응에도 전기차는 좋은 수단이다. 전국의 충전망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피크타임에는 충전을 제한할 수도 있다.
전기차는 무늬만 친환경이 아니라 무늬까지도 친환경인 미래형 차다.
박광칠 환경부 전기차보급팀장 pkjchil@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