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고속주행능력과 코너주행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고속주행 시 흔히 `바닥에 달라붙어 달린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바로 고속주행능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너를 돌 때 속도를 별반 줄이지 않고도 부드럽게 돈다면 코너주행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뛰어난 성능은 노면 진동을 흡수하도록 고안된 서스펜션에 비밀이 숨어 있다.

현대모비스 전자식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은 기존 코일 스프링 대신 에어 스프링을 이용해 공기압으로 차량 높낮이를 조절하는 장치다. 4개 바퀴가 독립적으로 높낮이를 조절해 최적의 차량 주행상태를 만들어 준다. 센서가 차량 상태를 인식해 ECU에 전달하면, ECU는 이를 분석해 에어 컴프레서에 공기압을 조절하도록 명령한다. 그 결과 4개 바퀴 높낮이가 조절되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는 크게 차고 제어와 댐핑 제어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차고 제어기능은 말 그대로 주행 상태에 맞게 차고를 조절해주는 것이다. 시속 120㎞ 속도로 10초 이상 고속주행하면 차고가 15㎜ 하향 조정된다. 고속주행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은 물론 연비저감 효과도 있다. 저속주행하면 원상태로 복귀된다. 평상시 짐을 많이 실어도 차량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자갈길 등 험로를 주행할 때면 차고가 30㎜ 높아져 차체를 보호하고 승차감을 향상시켜준다.
댐핑 제어기능은 노면에서 타이어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을 반대 운동을 통해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차량 전후방에 장착된 수직가속도센서가 실시간으로 차량 움직임을 측정해 ECU에 전달한다. ECU는 이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감쇠력(진동을 상쇄하는 힘)을 결정, CDC(Continuous Damping Control System) 댐퍼에 명령을 내린다. 이를 통해 차량의 요동을 최소화해 안락한 승차감을 유지해준다.
댐핑 제어기능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코너링을 돕는 것이다. 차량이 코너를 빠르게 돌 때 차가 주행 바깥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쪽 차고는 낮추고, 바깥쪽 차고는 높여준다. 이렇게 하면 마치 자동차 시험주로처럼 도로가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코너링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현대모비스 전자식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은 기아차 K9에 탑재되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