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정체성 논란 "단안 내려야"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과학벨트의 핵심인 IBS 부지예산과 위치를 놓고 설왕설래하던 것에서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는 당초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신동, 둔곡지구 300만㎡ 규모에 8000억원을 들여 IBS 본원과 가속기를 건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미래부가 IBS 본원을 엑스포과학공원에 건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장들도 대거 엑스포공원 건립 방안에 찬성하고 나섰다. 12일엔 IBS마저 건립 시기와 정주여건 완성도 등을 들어 엑스포과학공원 건립 방안을 지지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IBS 본원 없는 과학벨트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기본 취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과학벨트는 본래 대덕에 포진해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는 차별화한 기초, 원천 연구를 위해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오세정 IBS 원장은 “기존 출연연이 안 하고 못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정년 65세, 1인당 인건비 출연연 대비 1.5배를 선언했다.

현재 일고 있는 정체성 논란의 중심에는 IBS의 기능 문제도 있다. IBS는 본부 내에 1500명 정도의 국내외 과학기술인이 포진한 15개의 연구사업단을 꾸려야 한다.

하지만 IBS는 현재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을 각 대학 등에 나눠주는 역할밖에 없다. 출연연 인력(선임초봉 기준) 대비 매월 평균 60만~70만원씩 더 받는 고급인력이 돈 나눠주고, 감시하는 일만 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다.

차제에 KAIST나 DGIST, GIST, UNIST 등이 각각 특색 있는 연구단을 꾸려 운영하는 편이 더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 과학자 영입도 지금까지 6건 정도 진행했지만 국내에 들어와 연구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기반시설이 없기 때문에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도 사업단당 매년 100억원을 지원받아 각 연구자에게 돈 나눠주는 일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일부 출연연에서는 자신들이 투자해 낸 성과를 가져다가 발표만 한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가속기 추진 인력도 부지가 확보되지 않아 허송세월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출연연 관계자는 “IBS는 또 다른 BK21에 지나지 않는다. 벨트라면 우선 산업도 있고, R&D 등과 연계해야 하는데 그런 게 아무것도 없다”며 “기초과학을 육성하려면 정부가 차분히 새로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초과학 관련 전문가는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로드맵부터 그려놓고 가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IBS 관계자는 “아무것도 없고 언제될지 모르는 둔곡지구보다는 설계 및 설립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엑스포과학공원이 IBS 부지로는 훨씬 낫다”며 “현재 운영 중인 16개 사업단이 IBS의 행정망에 따라 지원하는 분원 형태로 운영되는데, 이를 두고 돈만 나눠 준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강력 항변했다.


과학벨트 계획 및 실태

IBS 정체성 논란 "단안 내려야"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