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에너지자원 고갈, 기계산업은 뜬다

쉽게 채굴해 풍족하게 쓰던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이제 셰일가스는 물론이고 수심 1만2000피트나 되는 심해저에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채굴하기에 이르렀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은 각국이 앞다퉈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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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된 해양기술 국제콘퍼런스(OTC)에는 심해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기 위한 각종 첨단 기자재와 최신 기술 경연이 펼쳐졌다. 2030년까지 화석연료가 70%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향후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는 물론이고 화석연료를 채굴하는 새로운 기계장비와 기자재 시장 수요가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셰일가스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가스는 다루기가 어려운 만큼 운송파이프 시스템과 특수용기 산업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가는 이때 오히려 기계산업의 도전과 희망이 보인다. 기계·플랜트 등 중화학공업 기반은 물론이고 융합 IT까지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과 전략 수립, 실천이 필요하다. 석유가스공사 등 민간과 정부 합자회사 형태의 기본설계(Feed)회사 설립 및 선급회사 육성이 필요하다. 조선·육상플랜트 인력을 활용해 해양플랜트 선진국을 추격해야 한다.

노르웨이 아커솔루션스가 좋은 성공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7 대 3 민관 합자로 설립돼 2만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노르웨이선급(DNV)도 지난 1864년 설립돼 검사·인증·미래기술 표준 선도에 매진하고 있다. 1만명 이상 기술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기자재·장비업체 클러스터,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해양플랜트 시장 진입 및 추격을 위해 기존 조선 및 플랜트 강국으로서의 강점과 차별성을 부각하고, 기자재 업계의 실적을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R&BD 전략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위권 수준의 석유가스 소비국이다. 이를 적극 활용해 선주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입체적인 전략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제2의 두성호도 조기 발주해야 한다. 두성호는 지난 1984년 대우조선해양이 국내 기술로 건조해 한국석유공사에 인도한 국내 유일의 반잠수 식 시추선이다. 조기 발주한다면 충분한 기획·설계기간을 확보할 수 있고, 수많은 기자재·소재기업이 참여 준비를 할 수 있다. 결국 내수경기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기자재 업계의 수준에 맞게 참여 가능성을 고려해 천해(Shallow Water) 석유가스 개발 등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해저 1500m 수준으로 개발한다. 우리는 수심 3000m 이상에서 작업이 가능한 시추선 및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설계·제작을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만들어 병행 추진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산업생태계 간 경쟁이 승패를 좌우한다. 에너지기업의 성공은 우수한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있는 기계설비 공급에 달려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에너지산업과 기계산업을 긴밀히 연계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산·학·연·관이 협력해 전후방 산업이 연계된 가치사슬 내에서 산업융합과 공동혁신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지금이 우리 기계 업계가 해양플랜트산업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 y@koam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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