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1년…무엇이 변했나

세계적 규모의 게임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넥슨이 엔씨소프트 최대주주로 올라선지 1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임시장 환경 변화 소용돌이 속에서 두 회사의 진로가 곧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성패를 가름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마비노기 협업 프로젝트 가동 등 새로운 시도가 규모의 경제로 이어지고, 게임산업 재도약의 돌파구까지 열어야하는 시기적 요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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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글로벌 게임사로 크자” 합의

지난해 6월 8일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전략적으로 지분 양수도를 결정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보유 지분 14.7%를 넥슨재팬에 매각했다. 넥슨은 일본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중 절반이 넘는 8045억원을 이 딜에 쏟아부었다.

양사의 행보는 우리나라 게임 산업 역사상 최대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그만큼 양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일렉트로닉아츠(EA), 벨브 등 글로벌 게임사와 경쟁하고 더 나아가 유수 기업을 인수하려면 국내 게임사 간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절실함이 앞섰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온라인 게임이 한국이 아닌 북미·유럽 개발사에서 주로 나오는 점도 위기로 작용했다.

◇지분 인수 1년, 급변한 환경에 갈팡질팡

양사 협력은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지만 정작 1년이 지나도록 실제 사업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광풍을 일으키면서 시장이 급변한 것도 한몫했다.

실제 지분 인수를 단행한지 두 달이 채 안돼 국내 시장에는 `애니팡` 열풍이 불었다. 10대부터 60~70대까지 카카오톡 메시지로 `하트`를 날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 애니팡에 이어 등장한 `드래곤 플라이트`는 모바일 게임 인구를 더욱 확대하는 기폭제가 됐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자 기존 대기업들은 빠르게 체질 변화를 시도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가장 공격적으로 모바일 중심으로 체계를 개편했다. CJ E&M 넷마블은 뒤늦게 히트작을 만들어 내면서 성공 가능성을 맛봤다.

반면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 대응에 속도를 내지 않았다. 넥슨은 기존 보유한 온라인 게임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모바일 게임 신작들을 선보였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엔씨소프트도 구조조정했던 모바일 게임 조직을 재정비·확대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다. 빠르고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중소 개발사나 타 경쟁사들과 달리 양사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지 누구도 몰랐던 상황인데다 기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온 터라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양사는 세계 게임시장의 무게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함에 따라 지분 매각에 따른 전략을 새롭게 구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온라인 게임 시장은 존재하지만 인수합병이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하고 현재의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라는 점에서 일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양사가 온라인 게임 외에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도 찾아야 한다.

양사의 첫 협력 작품은 `마비노기2:아레나`다. 올해 초부터 넥슨의 마비노기2 개발팀 100여명이 엔씨소프트의 삼성동 경암빌딩으로 자리를 옮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넥슨 김동건 본부장이 진두지휘하는 양사의 첫 협력 프로젝트인데다 올해 서비스를 목표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넥슨의 한 고위 관계자는 “거대 두 기업이 손잡은 만큼 협력 시너지가 빠르게 가시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1년이 지났으니 양사가 차근차근 준비해온 결과물들이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기대” 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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