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조금만 아픈 표정과 신음을 내도 알아채고 걱정하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단순 찰과상이라면 소독약과 상처치료제로 집안에서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언뜻 봐서는 아픈 원인을 알기 힘들 때가 많다.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결정하는데 자주 쓰이는 것은 체온계. 만약 수은체온계를 사용한다면 마음은 급해도 서두르지 말고 온도계 사용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자칫 엉뚱한 수은 중독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www.kca.go.kr)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은체온계 파손에 따른 영유아 중독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수은체온계 사고사례는 최근 3년 총 59건 접수됐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에는 14건, 2011년에는 22건, 작년엔 23건 발생했다.
수은 체온계 파손에 따른 피해는 수은을 삼켜 중독되거나 깨진 유리에 절상을 입는 등 신체에 입히는 영향이 큰 편이다. 더욱이 수은을 삼키는 경우가 전체의 64.4%인 38건에 달해 아이가 중독되기 쉬운 점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는 깨진 유리에 귓속을 찔린 것이 17건, 2차 수은중독이 4건으로 나타났다.
수은은 한 번 몸에 들어오면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 쌓이는 중금속으로 일정 이상 누적되면 수은중독현상을 일으켜 인체에 피해를 준다. 수은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유기 수은의 한 가지인 메틸수은은 신경계통에 피해를 주며 죽음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다만 온도계, 체온계 등에 사용되는 것은 무기 수은으로 구토나 요혈 등 급성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만성중독이 아니라면 피해는 메틸수은에 비해 덜한 편으로 알려졌다.
수은체온계가 깨진 후 뒤처리가 미흡해 2차 수은중독이 일어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지만 천천히 증발해 호흡기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흘러나온 수은 처리를 잘못해 2차 수은중독에 당한 사례도 4건 존재한다. 한국소비자원은 빗자루나 진공청소기 사용을 피하고 빳빳한 종이나 카드, 스카치테이프 등을 이용해 수은을 비닐봉지에 모아 처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수은체온계는 유리 재질로 돼 있어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아이가 깨물거나 흔들면서 다른 물체에 부딪쳐 깨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예 수은체온계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해외의 경우 유럽연합은 2007년부터 수은체온계 사용을 금지하고 2014년 4월부터는 모든 가정용, 공업용 수은 측정 장비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미국은 2001년 이후 20개 주에서 수은체온계 제조와 유통,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현재 많은 종류의 디지털체온계가 나와 있어 수은체온계의 대체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고막과 주변 온도를 측정하며 비교적 빠른 측정 속도를 가진 고막체온계, 귀와 체온계의 접촉을 꺼리는 아이에게 적합한 이마 체온계 등을 이용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