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29)는 최근 “이제 서른을 앞두고 계신데 더 늦기 전에 OO보험상품에 가입하시라”고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 개인 정보를 어디서 알았냐고 따져 물으니 “고객님이 가입하신 A쇼핑몰 고객센터”라고 답이 왔다. 김 씨가 “가입할 때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체크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하니 콜센터 직원은 “우리는 제3자가 아니라, A쇼핑몰의 개인정보 위탁관리 업체”라고 말했다.
쇼핑몰 등 일부 웹사이트 운영 업체들이 소비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이 불가능한 필수 사항인 `개인정보 위탁관리 동의` 약관을 악용한 편법 전화마케팅(TM)을 일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TM 피해가 늘어나자 지난 2011년부터 인터넷 웹사이트 회원 가입 시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 약관을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탁 관리는 개인정보 업무 자체를 외주로 준다는 명목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씨가 가입한 A쇼핑몰의 경우 필수 동의 사항인 개인정보 위탁관리 업체 수가 30여개에 달한다. 회원모집부터 휴대폰 인증·정보전산 처리·고객상담센터 운영이 취급 업무인 데 이 중 `타사 상품 TM 대행`도 포함된다. 즉 A쇼핑몰이 외주를 준 고객센터에서 보험 등 타사 상품에 대한 TM을 하는데 정보를 이용한다는 것이 필수 약관에 포함됐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가 없는 구조다.
이처럼 위탁 관리 업체가 다른 기업의 TM을 대행하는 것은 선택 사항으로 규정한 `제3자 제공`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3자 제공이 선택사항이 된 가장 큰 이유가 각종 TM으로 인한 피해였는데 이를 금지하니 위탁 처리 약관에 슬며시 비슷한 내용을 끼워 넣은 꼼수”라며 “TM 발송 건당 `타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제3자 제공을 통해 개인정보를 넘겨주고 돈을 받았던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TM 피해 사례가 줄지 않자 `불법 TM 신고 포상제`까지 등장했다. 개인정보보호협회는 3일 통신서비스 가입 과정에서 개인정보 불법 사용에 따른 TM을 근절하고 본인확인 강화를 위해 `불법 TM 신고 포상제`와 `본인확인 미이행 신고 포상제`를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포상금은 신고 건당 10만원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