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방문 기업으로 택한 곳은 일반인들에겐 낯선 정보통신기술(ICT) 중소기업 알티캐스트였다.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보여지지만 취임 전부터 과학과 ICT에 기반한 창조경제 구현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 대통령은 모처럼 중소기업 방문이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 3월 12일 알티캐스트를 방문한 자리. 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회사 직원들에게 “3분 내로 요점만 이야기해주십쇼”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이 “아니 다 듣겠습니다”라고 제지한 것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박 대통령은 회사 직원에게 예정에 없던 질문을 하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먼저 제안하는 등 스스로 벽을 허무는 모습이었다. 파격 행보는 4월 19일 미래창조과학부 현판식 참석으로 이어졌다. 현 정부 부처 가운데 대통령이 현판식에 참석한 것은 미래부가 유일하다. 타 부처에 서운함을 안겨주면서도 현판식 참석을 강행했다. 그만큼 창조경제 구현에 있어 미래부에 거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인사들과도 다양하게 만났다. 지난달 7일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4박 6일간 방미 기간 중 미 의회 연설, 상공회의소 라운드테이블, 창조경제인 한인 리더 간담회 등의 일정을 수행했다. 지난달 30일엔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첫 국내 정상회담을 열었다.
세계 ICT 업계를 주름잡는 인사들과의 만남도 이뤄졌다. 4월 22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26일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각각 접견했다. 이들과 만남에서 박 대통령은 “창의성과 또 빈곤퇴치를 위해서도 애를 많이 쓰고 계신데 사회적 책임을 겸비하셨다(빌 게이츠)” “세계 시장에서 한국 스마트폰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구글과 협력이 큰 원동력이 됐다(래리 페이지)”는 인사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취임 후 100일간 순탄한 행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성공적으로 방미 일정을 수행했지만 `윤창중 사태`가 터지면서 귀국길이 편치 않았다. 결국 박 대통령은 5월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국민화합 차원에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 직접 참석했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로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