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은 투자 대상과 성격상 고위험을 동반한 고수익 상품이다. 벤처캐피탈 투자조합은 자산운용이 필요한 연금과 공제회, 일반기업 등에 고수익을 되돌려 줄 수 있고,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분명 시작은 그랬다.
하지만 현재는 벤처캐피탈을 고수익의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연금 및 공제회나 일반기업은 거의 없다. 국내 벤처캐피탈은 2000년 147개가 등록됐으나 점점 감소해 2012년 105개로 줄었다. 2008년에는 97개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창업투자조합은 2003년 430개였다가 2012년에는 413개로 줄어들었다. 물론 창업투자조합은 조합의 수보다 운용규모가 더 중요할 수도 있어 수적 규모로만 논하기 어렵지만, 창업과 벤처 관련 투자시장이 줄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벤처캐피탈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과 관련 있다. 그동안 국내 벤처캐피탈은 자산운용사로서 조합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운용됐다고 보기 힘들다. 창업기업과 벤처기업을 지원한다는 대의명분에 고수익보다는 산업 육성 수단으로 활용돼 왔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캐피탈은 당초 목적인 수익성을 비중있게 다루지 않으면 매력이 떨어진다. 이는 벤처캐피탈의 출자자 현황을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탈이 결성한 투자조합의 가장 큰 출자자는 정부와 기금이었다. 두 곳이 투자조합 전체 출자액 중 32.8%를 차지했고, 금융기관은 20.7%, 일반기업은 16.1%를 차지했다. 반면에 연금과 공제회의 출자 비율은 11.7%에 그쳤다.
연금과 공제회는 자산운용의 중요성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그룹 중 하나다. 국내 연금 및 공제회 입장에서 볼 때 벤처캐피탈 조합에 대한 출자는 매력이 없다. 때문에 타 자산운용 상품에 비해 출자 금액이 미미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벤처캐피탈 조합의 운용규모가 작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연금과 공제회가 아직까지 벤처캐피탈 투자조합을 자산운용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3년과 2005년, 2011년에는 연금과 공제회의 벤처캐피탈 조합 출자비율이 다소 높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투자조합이 자산운용 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1차적으로 벤처캐피탈 스스로에 있다. 스스로 경쟁력 있는 자산운용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정부정책에 맞춰 움직이면서 안주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수한 자산운용 벤처캐피탈은 미미한 숫자에 불과하다. 벤처기업은 여전히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고수익의 가치를 잃게되면 그 수는 더 줄어들 것이고 종국에는 창업 벤처기업이 투자를 유치할 곳은 없어진다.
국내 벤처캐피탈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조합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이고 특별한 상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시장에 소구해야한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대의명분도 필요하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이 성장하고 확대돼야 중소벤처기업도 육성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벤처캐피탈 투자조합이 연금 및 공제회, 일반기업 등을 포함한 자산운용을 필요로 하는 모두가 참여하고 싶어 하는 고수익 상품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민경철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이사 kcmin@sgiv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