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시스템 경영은 중견기업의 제2 성장 모멘텀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사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서부터 조직관리, 인적자원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영향력을 미친다. CEO 역할 비중은 회사마다 다르고 그것이 일종의 기업문화로 대표되기도 한다. 보통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CEO의 권한이 줄어드는 게 효율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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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벤처기업에서는 CEO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사명감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한 사람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조직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 빠른 의사 결정을 장점으로 한 두 가지 아이템만 성공시켜도 중견 기업까지 무난하게 클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CEO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스템 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한 시장조사 업체가 국내 50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회사에서 자신이 가장 경계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 결과, `독단과 독선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 원인으로 뉴욕 월가 투자은행 CEO들의 자신감 과잉이 거론된 적이 있다. CEO의 자신감은 회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회사를 오히려 망칠 수 있다. 일부 벤처기업 CEO는 본인의 돈과 기술로 창업했으니 경영도 마음대로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성공한 벤처기업 CEO일수록 작은 성취에 도취돼 객관성을 잃고 치명적인 판단 착오를 범하기 쉽다. 현재 사업에만 집중하다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소홀해 좌초하는 중견기업도 부지기수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CEO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고,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획의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기획 담당 부서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실·팀·파트 등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효율적인 기획은 규모에 상관없이 산업 전반을 꿰뚫고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조직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사업 기회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주도해야 한다.

중소·중견 기업은 자원과 인력이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 기술기획, 경영기획, 사업기획의 각 분야별로 창의적인 기능을 선순환시키고, 시너지효과도 극대화해야 한다.

신규 사업을 준비할 때 기술기획 파트는 해당 산업의 특허와 기술력을 검증하고, 사업기획 파트는 시장조사 및 구체적 사업 추진전략을 담당한다. 경영기획 파트는 적절한 투자자금을 결정하고 수시 목표관리로 사업 성공을 위한 전사적인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CEO는 전체 흐름을 파악해 위험이 적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유능한 CEO는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기획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시스템이 없는 회사는 CEO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의사결정을 할 사람이 없어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는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이 구축돼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시스템의 힘이다.

많은 CEO들이 회사를 굿컴퍼니로 만들고 싶어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굿컴퍼니는 규모만 큰 회사가 아니라 모든 조직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공동 목표를 향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기업이다. 조직력이 갖춰지면 외적 성장은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돼 있다.

조직을 만드는 핵심은 바로 기획시스템이다. 대한민국에 굿컴퍼니가 많아진다면 창조경제 시대는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chares@crucialte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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