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스마트폰이 사라진다.
지난 2011년 대만의 휴대폰 제조사 HTC가 출시한 `이보4G`를 끝으로 더 이상 어떤 제조사도 와이브로폰을 생산하지 않는다. 국내 시장에 판매된 마지막 와이브로폰도 다음 달이면 출시 2년째를 맞기 때문에 교체가 급격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머지않아 와이브로망에 단 한 대의 스마트폰도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KT에 따르면 마지막 와이브로폰인 HTC의 이보4G는 국내 시장에 17만대 정도가 판매됐다. 해외 제조사의 단일모델 판매량 치고는 준수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통신망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현재 사용되는 스마트폰 중 와이브로를 지원하는 유일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초라한 숫자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내놓은 와이브로폰은 옴니아가 마지막이었다. 삼성전자로선 성공작이라 보기 힘든 모델이다. 갤럭시탭 초기 모델도 와이브로를 지원했지만, 역시 지금의 갤럭시탭이 있기까지 겪었던 `시행착오 모델`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LG전자가 와이브로폰을 국내 더 이상 내놓지 않기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표현명 KT 사장은 이 때문에 “전 세계 모든 제조사를 뒤져도 와이브로폰을 구할 방법이 없더라”며 토로했다. 한때 반짝 인기를 끌었던 와이브로 넷북도 스마트패드에 밀리며 재고처리 신세를 거쳐 시장에서 사라졌다.
와이브로폰이 사라지면서 망 가입자도 늘지 않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유무선 통계에 따르면 와이브로 가입자 수는 지난해 8월 100만명을 넘긴 이후 11월부터는 증가세가 완전히 멈췄다. 지난해 초 87만여명에서 11월 105만명까지 늘어났지만, 이후부터 반년 동안 104만명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트래픽도 급격히 줄었다.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와이브로 월간 트래픽은 롱텀에벌루션(LTE) 트래픽의 10% 이하 규모로 위축됐다. 미래부의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3월 LTE 트래픽은 4만503테라바이트(TB)를 기록한 데 비해 와이브로는 3584TB에 머물렀다. 지난해 1월 LTE가 2838TB, 와이브로가 2685TB로 엇비슷했던 것에서 1년 2개월 만에 10배 차이로 벌어졌다.
현재 와이브로는 사실상 보조 통신수단인 `라우터`를 통한 이용과 일부 지하철 와이파이의 백본 정도로만 쓰인다. LTE 라우터와 LTE-R(Railway) 기술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모든 통신이 모바일로 수렴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연결되지 않은 무선 네트워크는 존재 이유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와이브로 가입자 증감 추이(단위:명·자료:미래부)
*LTE·와이브로 트래픽 비교(단위:테라바이트·자료:미래부)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