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빚으로 고통 받는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박근혜정부가 시행한 `국민행복기금` 신청자가 10만명을 넘었다. 그런데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신·기보 등에서 정책자금을 대출받아 중소기업을 경영하다가 부도가 나서 신용불량자가 된 채무자는 국민행복기금 구제대상이 아니다.
국민행복기금은 장기 연체금을 탕감해 주고 신용을 회복시켜 주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을 통해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국민화합의 일환이다. 이런 취지에도 정책자금을 대출받았던 중소기업인은 제외됐다.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중소기업인은 연체금 액수가 큰 경우가 많다. 국민은 이들 채무가 방만한 사업운영으로 인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채무탕감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 환경에서 중소기업 경영은 녹록치 않다. 투자가 일반화되지 않아 투자유치가 어렵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정책자금 대출제도를 활용한다. 정책자금 대출로 확보한 자금을 투입해서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 땀을 흘린 결과로 한국 경제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우리는 중소기업인의 공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했지만 경기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생 변수로 인해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된 중소기업인의 아픔도 보듬어 안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다가 실패한 기업인도 국민행복기금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용회복을 통한 서민층의 자활을 추구하는 국민행복기금 취지를 고려해도 서민 신용불량자 외에 신용불량 중소기업인도 국민행복기금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경제활동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로 채무 불이행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은 실패의 위험이 일반인보다 더 높다. 일반 서민이 아닌 전직 중소기업 사장이었다는 이유로, 연체금액이 많다는 이유로, 정부의 정책자금을 받았었다는 이유로 국민행복기금의 대상이 못 된다는 것은 기업인에 대한 차별이 아닐까. 또 이들이 갖고 있는 우수한 기술력과 기업을 경영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신용불량자의 늪에 묻어버리는 결과는 아닐까.
한국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지금, 국민행복기금 목적이 달성되도록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던 실패 기업인에게도 신용회복의 기회를 주는 것은 국민화합 차원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이 정책자금 채무자도 구제한다면 단순히 신용회복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을 면할 조건을 제안한다. 즉, 실패 중소기업들에게는 신용회복 기회 제공에 더해 그들이 갖고 있는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경제 발전의 밑거름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들이 채무를 탕감 받고 신용회복이 되도록 지원하되, 인력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 제조기업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할 기회도 함께 주는 것이다. 이들의 신용이 회복되고 경제일선에서 땀 흘려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받은 혜택을 사회에 되갚을 기회를 주자.
중진공은 이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으뜸기업으로 선정한 전통 제조기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 재창업 의지가 강하고 기술력이 우수하다면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번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용창출과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희망의 꽃을 피우도록 지원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이들이 국민행복시대의 주역이 되도록 했으면 한다. 이것이 국민행복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김인성 중소기업진흥공단 금융본부장 iskim@sb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