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가 냉장고 `카운터 뎁스(Counter Depth)` 잡기에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업체들이 냉장고 용량 확대 경쟁에서 디자인을 고려한 냉장고 외관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카운터 뎁스는 주방조리대 깊이를 말한다. 냉장고 폭을 주방조리대와 동일하게 만든다는 것. 일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조리대와 비교해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는 냉장고를 조리대 수준으로 안쪽으로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외관상 보기 안 좋은 냉장고·조리대 깊이 불균형 현상은 냉장고 용량 경쟁이 요인이 됐다. 북미 등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제품을 개발하면서 주방 내 디자인과는 별개로 용량을 키우는데 집중했다는 것. 그 결과 국내 소비자는 `신제품=대용량`으로 인식해 대용량 냉장고를 구매하게 됐고, 이는 조리대와 냉장고 깊이 불균형 현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10년 3월 LG전자가 801ℓ제품을 출시 후 같은 해 10월 840ℓ(삼성전자), 2011년 3월 850ℓ(LG전자) 9월 860ℓ(삼성전자) 10월 870ℓ(LG전자) 지난해 7월과 8월 900ℓ(삼성전자) 910ℓ(LG전자) 등 쉴 새 없이 용량이 커졌다. 올 들어서도 위니아만도는 915ℓ와 920ℓ제품을 내놓았다.
최근 용량 경쟁이 다소 주춤해지면서 업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방 디자인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모 대기업 관계자는 “고객은 자신의 가정에 맞는 제품을 사러 왔다가도 매장에 대용량 냉장고만 전시돼 있어 결국 대용량 제품을 구매한다”며 “좋은 모델은 조리대와 비교해 냉장고인지 수납공간인지 구별이 안 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나온 냉장고 대부분은 깊이가 90㎝를 넘는다. 일반적으로 조리대가 60㎝에서 길어야 80㎝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10㎝ 이상 앞으로 튀어나온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가전업계는 냉장고 카운터 뎁스를 확보하는데 경쟁의 초점을 맞출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는 냉장고 용량이 이미 900ℓ를 넘어선 가운데 1000ℓ 이상 제품은 업소용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도 작용한다. 다만 용량을 줄이는 것보다는 냉장고 벽(단열재) 두께를 줄이는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최근 단열 기술수준을 고려하면 냉장고 벽 두께를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냉장고 크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며 “앞으로는 외관보다는 냉장고 벽 두께를 최대한 낮추는 데 힘을 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냉장고 벽두께는 자체 기술력으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표】최근 출시 냉장고 용량과 깊이(단위:ℓ,㎜)
※자료:각사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