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33> 사용성을 연구하면 신기술이 나온다

우리가 좁은 국내 시장에서 더 작거나 더 얇은 스마트폰을 두고 다투고 있을 때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운용체계(OS) 회사로 성장한 구글은 `똑똑한 안경`을 개발했다. 구글 글라스는 일단 사용자의 머리에 고정된 디스플레이기 때문에 양손의 사용이 자유롭다. 동영상을 찍을 때에도 양손 모두 일을 할 수 있어 다양한 화면 연출이 가능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디스플레이가 사용자의 관점에서는 25인치 모니터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조작은 손으로 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가 작아질수록 사용자의 손으로 조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 바로 음성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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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라스는 안경이나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지닌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손쉽게 정보를 제공한다. 세계 최대의 정보 검색 사이트 회사다운 발상이다. 사용자가 산재된 정보에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하는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구글 글라스를 잘 활용하면 보이는 모든 것에 정보를 입힐 수 있다.

루머만 무성한 애플의 `아이워치(iWatch)`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어디서나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아이팟 셔플`을 만들면서 음성인식 기술을 도입했다. 디스플레이도 생략한 작은 클립 형태의 뮤직플레이어에 너무 많은 버튼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손이 아닌 신체기관을 활용해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전된 것이 시리(Siri)다. 시리는 가장 진보적인 음성인식 기술로 평가 받으며 계속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발전시켜 인공지능의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아이팟 나노 6세대`로 미루어 짐작해보는 아이워치는 작은 터치스크린과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애플이 시장에 `아이팟 터치`를 처음 내놓았을 때 버튼이 없이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디자인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를 되새겨보면 그 모든 것이 오늘날을 위한 준비였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처럼 `웨어러블 컴퓨터`의 핵심기술은 가볍고 작은 디지털 기기에 어떤 기술로 사용성을 부여했는지 하는 것이다.

해외 IT기업의 신제품을 살펴보면 사용자를 위한 기술을 만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IT 기업들의 디자인 의뢰를 받을 때 가장 아쉬운 것은 기술을 개발할 때에 그것을 어떻게 판매할지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용성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사용하는 방법이 어렵다면 제품은 완성되지 못한다. 디자인으로 보완하려면 필수적으로 사용성 고민과 이를 뒷받침할 기술이 더 필요하다.

나는 구글 글라스나 아이워치가 대단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상품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구글과 애플의 비전을 중요시할 뿐이다. 이제 디자인 경쟁은 기술을 과시하는 하드웨어 회사의 과거 전략만으로는 2% 부족하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생산자의 연구소에서 탄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전하고 싶다. 새로운 상품의 발상은 소비자 시장에서 탄생한다. 사용자를 위한 아이디어가 명확하다면 `꿈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하고 적용할 수 있다. 시리도 애플 상품기획에서 필요함을 느낀 것에서 출발했다. 애플은 시리 기술을 찾아내고, 그 기술을 만든 기업을 합병해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새로운 상품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일을 중요시하는 기업은 신상품 아이디어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찾아낸다. 기업이 디자이너를 채용하거나 디자인 컨설팅 에이전시를 활용할 때 `디자인`의 진정한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미래 기업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디자인의 역할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후가공`의 일부가 아니고,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라는 생각해야 한다. 기업은 디자인의 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경쟁사와는 차원이 다른 경쟁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변화를 창조해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과연 당신의 기업은 디자인 기능의 중요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디자인은 애플의 영혼!(Design is soul of Apple!)`이라는 대답을 했다. 나는 아직까지 이보다 더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강하게 표현했던 기업인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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