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양적 완화에 의한 내수 부양과 엔저 효과로 자동차 생산을 늘려 제조업 경기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아베노믹스판 자동차 산업 정책을 추진 중이다. 엔화는 작년 11월 달러당 80엔에서 현재 102엔까지 22%나 급락했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는 자동차 수출 급감 우려가 커지고, 일본 자동차 수출 신화는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일본 자동차 업계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다. 엔고 완화 요구가 수용됐지만 정부의 국내 생산 증대 목표에 부응할 수단과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해외 생산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엔고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고, `현지 생산 및 현지 판매`가 최선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도요타 리콜과 대지진 사태를 통해 현지 생산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내수 시장 축소도 해외 생산 확대의 한 요인이다.
따라서 최근 엔저 기조에도 일본 자동차 수출이 과거처럼 급증할 가능성은 낮다. 일본 자동차 수출이 1985년 673만대에서 2012년 480만대로 약 30% 감소한 요인은 주로 해외 생산 증가 때문이다.
두번째 고민은 자국내 공급 과잉 해소가 시급한 시점에 국내 생산 증대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는 `기업 성장을 위해 국익을 손상시켜야 하는가?`라는 논평에서 기업들의 해외 공장 이전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일본 업계는 장기적인 내수 감소 추세와 과잉 생산 문제로 국내 생산 증대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아베노믹스판 자동차 산업 정책의 성과는 내수 부양 효과에 달려 있다. 내수 부양 효과가 크더라도 고령화 추세 속에서 지속되기 어려워 그 효과는 원천적으로 제한적이다. 다만 엔저로 인해 이익이 증가하고 R&D 투자 여력이 증대돼 내수 부양 효과로 공급 과잉 압력이 완화되는 만큼 경쟁력 강화 요소로 작용한다. 수출도 증가해 우리 자동차 업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업계가 대타협을 한다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정부가 추가 지원책을 제시하고, 업계가 수출 차종의 해외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 경우, 내수 부양 및 수출 증대 효과가 지속되면서 우리 자동차 업계에 큰 위협 요인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엔저보다 일본 자동차 산업 전략 변화 추이를 차분히 검토하고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정부와 노조는 산업 공동화 방지를 위한 각종 해외 생산 유인 요소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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