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위폐)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든 나라 금융 당국이 골머리를 앓는다. 은행이 사용하는 검사기로도 감별이 어려운 정교한 위폐가 늘어난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기술로 위폐를 만들더라도 감별이 가능한 시대가 머지않았다. 스마트 페이퍼(Smart Paper) 덕분이다.
스마트 페이퍼는 지폐를 비롯한 유가 증권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위조품 제작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종이다. 전자태그(RFID)를 종이에 심어 해당 주파수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위폐를 감별한다. 화폐 외에도 기업 기밀문서나 열차표, 콘서트 티켓을 비롯한 다양한 종이에 사용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RFID 칩이 두꺼워 얇은 종이에 심기가 어려웠다. 일본과 유럽중앙은행은 10년 전부터 RFID 지폐 개발을 시도했지만 두께 때문에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달 초 미국 노스다코다주립대 연구진이 레이저로 RFID 칩을 종이에 새기는 `LEAP(Laser Enabled Advanced Packaging)` 기술을 개발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연구진이 선보인 스마트 페이퍼는 실제 종이처럼 얇고 가볍다. RFID 칩 두께를 현저히 줄일 뿐만 아니라 제작 속도도 빨라졌다. LEAP 기술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스마트 페이퍼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관련 기술을 특허 출원하고 상용화를 위한 파트너를 물색한다. RFID는 비용 문제로 유통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마트 페이퍼 역시 상용화에 성공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