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위치를 물어볼 때 전화로 “어디야”라는 말 대신 `지도로 찍어 보내`라는 메시지를 날리는 건 흔한 풍경이 됐다. 일상의 소통 방식이 바뀌는 사이 우리나라 통신 3사의 휴대폰 음성통화 매출은 2년 사이 3조원 이상 급감했다. 카카오톡 등 무료 채팅 애플리케이션 사용 확대로 문자메시지 매출이 크게 준 것과 별개로 `전화를 걸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KT 관계자는 “KT 무선 음성통화 매출이 지난 2010년 6조2000억원 안팎에서 2012년에는 5조2000억원으로 2년 사이 1조원이나 줄었다”고 말했다. 무선 음성통화 매출은 휴대폰 서비스에서 문자메시지·데이터 서비스 매출을 제외하고 순수 통화로 발생하는 매출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KT의 무선분야 전체 매출은 2010년 7조539억원에서 6조9134억원으로 805억원이 줄었다. 전체 무선분야 매출에서 음성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8%에서 75%로 급감했다. 뚝뚝 떨어지는 음성 통화 매출을 그나마 상승세를 탄 데이터 통신 매출로 막았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집전화(PSTN)와 마찬가지로 휴대폰 음성통화 역시 이른바 `레거시` 산업으로 분류돼 급속한 붕괴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T의 PSTN 매출은 지난 2008년 약 5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7000억원으로, 4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올해 3000억원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요금이 비교적 비싼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무선분야 월 평균 가입자당 매출(ARPU)은 크게 줄어들지 않거나 상승세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음성통화만 따로 떼어놓으면 KT와 유사한 감소세 그래프를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대부분 가입자가 패키지형 정액 요금제로 가입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분석한 음성통화 매출을 공개할 순 없지만, 사용량 자체가 줄면서 매출도 따라 감소하는 건 맞다”고 말했다.
3사의 휴대폰 가입자 점유율과 KT의 매출 감소액을 비교해 추산하면 SK텔레콤이 1조6000억원, LG유플러스는 6000억원가량 무선 음성통화 매출이 증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3사를 모두 합치면 3조원이 넘는 규모가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이 같은 음성통화 매출 감소는 가입자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용 행태가 데이터 중심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2006~2010년 이동전화 발신통화량 연평균 증가율은 3.8%였다. 하지만 2011년에는 대폭 줄어든 0.5%에 그쳤고 3분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오기석 KISDI 부연구위원은 △이용행태가 음성에서 모바일인스턴트메시지·SNS로 전환 △다양한 통신 앱들의 편의성 극대화 △LTE 전국망 조기 구축 등 데이터 이용환경의 개선 등의 이유를 꼽았다.
오 부연구위원은 “음성통화를 이동통신의 주가 아닌 `보조 서비스`로 인식할 때”라고 설명했다.
통신 3사 무선 음성통화 매출 감소세
자료:업계 추정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