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사태 이후 급물살을 타던 사이버 안보 관련법 제정이 사실상 중단됐다.
국정원법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한 데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가 사이버 안보 관련 조직구성 작업이 이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사이버 안보 관련 법 제정이 무위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지난달 9일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컨트롤타워 조직과 역할에 대한 세부안이 마련되고 있다. 부분적으로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이승원 미래창조과학부 과장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파견형태로 참여했다. 국가정보원 사이버 안보 담당 직원들 역시 새얼굴로 바꿨다. 특히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취임 이후 국가사이버안전센터장이 새로 임명됐다. 국정원 홍보를 담당하는 장 모씨는 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민간 및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사이버 안보수석 또는 1급 직급의 사이버안보비서관 신설 등은 주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전제로 하는 사이버 안보수석이 신설된다면 사이버테러 수사 국제공조, 사이버 사령부에서 일할 전문인력 양성 등에 보다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 안보 관련법 제정, 적신호
행정부의 이 같은 변화 움직임과 달리 국회는 빅브라더,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으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국가정보원장이 주관한 `국가 사이버 안전 전략회의`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로 지정된 가운데 3·20 사태 이후 발의된 사이버 안보 관련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서상기,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사이버 안보 관련 법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상정도 못하고 있다. 여당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국가 주요 시설의 해킹 공격에 대응하는 소위 `사이버 민방위 훈련` 등을 명문화한 사이버 안보 관련법 제정이 물 건너갈 공산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서상기 의원실 관계자는 “법은 당연히 수정될 수 있다. 함께 논의를 하자는 것인데 이 같은 제안이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공식 논평에서 “미래부와 경찰은 국정원이 사이버 안전 문제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결정과도 배치되는 `국정원` 컨트롤타워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전문가, 대화의 장으로 나서야
학계 및 보안업계는 3·20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뜨거웠던 관심이 급랭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학계 전문가들은 대화와 협의로 지혜를 모을 것을 주문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중 누가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지는 절충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 모두 대통령 직속기관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에 묶여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민관군이 함께 하는 위원회 조직이 된다면 정보공유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