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되어야 한다. 지금은 혼다 크로스투어 외관을 평가할 때가 아니다. `낯선 것`을 `이상한 것`으로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처음 보고 크로스투어를 산뜻하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어딘가 익숙하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첫인상이다. 그럼에도 세단과 SUV와 쿠페가 가진 장점을 모았다는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비클(CUV)`이 대다수 소비자 눈앞에 나타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종류 차가 지금보다 많이 보급된 후에 외관을 평해야 좀 더 공정할 것 같다. 다만 길이가 5m를 넘어 웬만한 주차공간에선 다른 차보다 머리 하나가 더 튀어나온다는 점은 언급하고 싶다.

이 차 운전석은 내비게이션에 큰 특징이 있다. 터치스크린 방식인데, 손가락을 대면 즉각 반응한다. 스마트폰 세대가 느끼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운전석에서 너무 먼 곳에 깊숙이 박혀 있는 점은 걸린다. 미국에서 만들면서 미국인 체형에 맞게 디자인한 탓이다. 차 뒷부분이 왜건 형태여서 룸미러로 후방이 잘 안 보이는 점도 아쉽다. 특별한 호불호가 없는 한 나머지 내부 디자인은 무난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달리는 능력도 무난하고 안정감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약 5개월 동안 크로스투어가 가진 주행성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세계 시장에서 두루 검증받은 어코드 파워트레인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결과다. V6 3.5ℓ SOHC 엔진에 신형 6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최대출력 282마력, 최대토크 34.8㎏·m라는 성능을 낸다. 속도바늘이 더 이상 돌아가지 않던 시속 190㎞에 도달할 때까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외부 소음을 적극 차단해주는 ANC와 진동을 줄여주는 ACM 그리고 안락한 시트 덕에 달리는 내내 편안했다.
가솔린 연료로 도심 8.4㎞/ℓ, 고속도로 12.7㎞/ℓ인 연비는 좀 더 분발을 요한다. 실제 연비는 이보다 더 떨어진다. 4690만원인 가격과 함께 크로스투어가 가진 불리함이다. 전륜구동이라는 점도 많은 사람이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SUV 노릇까지 하려면 4륜구동 쯤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다. 미국에서는 판매하는 4륜구동 모델을 한국에는 들여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있는 지적이다.
인상 깊었던 기능은 오른쪽 후방 상황을 화면에 보여주는 `레인 워치` 시스템이다. 우측 사이드미러 하단에 카메라가 달려있는데, 오른쪽 방향 지시등을 켜면 이 카메라 영상이 내비게이션 화면에 뜬다. 가장 확실하게 사각지대를 없애주는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에는 그런 카메라가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아마도 가격 문제 때문일 텐데, 운전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CUV로서 트렁크 공간이 넓다는 `실용성` 하나는 확실히 보장한다. 폭 1415㎜, 길이 1059㎜인 트렁크는 뒷좌석을 접으면 길이가 1918㎜까지 늘어난다. 원터치만으로 뒷좌석을 접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트렁크 문을 활짝 열고 두 사람이 누워 달을 구경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