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미국과 독일에서 특허 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발 특허 공격이 현대·기아차에서 부품 업체로까지 번지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세계 1위 차량 에어백 업체 오토리브(Autoliv)로부터 두 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오토리브는 3월 초 미국과 독일 법원에 각각 소장을 제출했다. 오토리브는 소장에서 현대모비스가 자사 특허 두 건(특허번호 7614653, 7347450)을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소송 내용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의 에어백 쿠션모듈과 관련된 것이다. 이 모듈은 에어백이 너무 세게 터져 탑승자에게 부상을 입히는 것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현대모비스는 작년초 캐나다 매그너사로부터 주차보조시스템(PGS)과 관련한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지만, 침해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받고 승소한 적 있다. 해외 특허 소송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특허 전문가들은 통상 자동차 관련 특허 소송이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부품에서 특허문제가 발견되면 이를 장착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에 소송을 제기해야 더 많은 합의금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단순히 합의금을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현대모비스의 해외 직접 진출을 방해하려는 `공작`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품질경영을 통해 현대모비스의 기술력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GM 등 해외 완성차 업체 납품이 늘자 부품업체들이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 주체가 특허전문기업이 아닌 제조업체라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현대모비스의 해외 직접 진출이 늘어날수록 관련 제조업체의 특허소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가 2011년 이후 미국에서 18건의 특허소송을 당했고, 올해만 6건을 당한 상태에서 현대모비스까지 특허소송에 휘말리면서 현대차그룹 전체가 특허전쟁을 치르게 됐다.
특히 그동안 특허소송이 집중됐던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소송이 번졌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한 특허 전문가는 “자동차 관련 특허 공세가 완성차에 이어 부품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현대차그룹이 특허 인력과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 에어백 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특허소송이 제기된 만큼 법률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