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이대로 좋은가
중소·벤처기업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진국 수준의 벤처투자규모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비율은 창조경제의 모델로 삼는 이스라엘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창업국가를 표방하는 이스라엘만큼은 아니라도 미국(2009년 기준 0.17%) 정도의 벤처투자를 위해서는 현재 벤처투자규모(0.09%)를 2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
연간 약 3조원의 벤처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최근 정책자금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조성된 펀드결성에 힘입어 신규투자가 작년 1조2333억 원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1조원을 돌파했지만, 아직 3조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벤처투자 3조 원 달성을 위해서는 아직 배 이상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재원 또한 현재보다 크게 늘어나야 한다.
대기업, 기관투자자 등 민간의 안정적인 출자자와 출자금액 확대가 필수적이다.
미국의 경우 90% 이상이 연기금, 기관투자자, 대학 등 장기적·안정적 출자자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정부와 벤처캐피털 등 30~40%만이 지속적으로 출자를 담당한다. 이마저도 정부 출자금액은 정권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그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안정성도 크게 떨어진다.
최근 정부출자 확대 등으로 벤처펀드 결성규모는 늘고 있지만, 오히려 일반법인 등 민간투자자는 투자 회수기간 장기화와 투자리스크 기피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은행, 보험사, 대학 등이 벤처투자를 할 수 있는 관련근거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유인책이 없다는 점이 애로사항으로 지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대기업·기관투자자 등 민간 중심의 벤처투자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제기한다.
자산운용 다변화와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정책 성격이 강한 기존 정부 모태펀드를 보완할 수 있는 민간 모태펀드 결성,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금융기관, 보험사, 일반법인 등 민간투자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적용 등이 필요하다.
또 은행, 보험, 사립대 적립금의 벤처펀드 출자요건 완화도 필요하다. 은행법상 의결권 있는 주식의 15%로 보유가 제한되어 있는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비율 확대나 출자 시 벤처펀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400%로 적용(BIS비율 감소 요인)하는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규정 완화도 요구된다.
대기업이 기술경영전략 자문 등 투자기업에 대한 육성을 지원하고, 정부와 기업이 공동펀드를 조성해 전략적 신산업 및 대·중소 협력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 더불어 대기업이 초기기업을 인수할 경우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초기기업 인수를 통한 창업 에코시스템 선순환 구조로 유도해야 한다.
이외에도 정부출자 조합의 경우 정책목적에 중점을 두고 관리·감독하고 순수민간조합은 규제를 대폭 완화해 규약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벤처펀드 출자 유인책이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을 맞고 있다”며 “주식양도차익 비과세, 출자액 소득공제, 기술개발준비금 손금산입 등 2000년 초중반 대부분 사라지거나 축소된 벤처투자 관련 각종 세제지원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벤처캐피털 세제지원책 비교(2000년 vs 현재)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