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게임을 마약이나 알코올, 도박과 같은 부류로 취급한 것은 이해 부족이 원인이다. 산업계도 정치인이나 국민이 게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2일 게임업계와 간담회에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내놓은 발언이다. 최근 손인춘, 신의진 의원 등이 잇따라 내놓은 게임 규제 법안에 대해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견해가 반영됐다. 최근 게임산업을 사회악으로 규정한 잇따른 법안 발의는 게임에 대한 이해부족이 원인이지만 업계도 분명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게임산업은 안으로는 게임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시선에, 밖으로는 플랫폼 변화와 중국 기업의 약진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가 힘들게 개척한 시장을 해외 기업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게임 위상 강화 업계에 달렸다=게임 산업은 국민경제(GDP)의 1%를 책임지는 산업으로 자랐다. 지난해 수출은 27억달러를 기록했다. 콘텐츠산업 내 수출 비중은 50%를 웃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우리나라 대표 수출 상품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적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기껏해야 어린 학생의 호주머니를 터는 심심풀이 놀이로 치부한다. 가정 내, 또래 간 게임을 둘러싼 갈등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부정적 시선의 이면에는 게임업계의 잘못도 크다. 지나친 경쟁 유발이나 자극적인 소재로 사용자를 유혹하거나 유료 아이템으로 돈벌이에 급급했다. 사행성 도박의 온라인 확산을 막는 데도 소극적이었다. 결국, 게임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기성세대들의 눈에는 게임은 사회악으로 비친다.
이에 따라 게임 업계의 자정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도 이러한 상황에 공감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달 건전한 게임 이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자율규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용자들의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정부의 `셧다운제`와 별도로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행성이 짙은 웹보드 게임도 자율규제안을 내놓기로 했다. 다수 기업이 참여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전개한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에서 산업적 가치 확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산업적 선순환을 위해 젊은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젊은 인재들이 게임업계를 찾을 수 있도록 대표기업들과 함께 근로환경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적 가치 키워야 산업적 가치도 성장=게임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려면 기성세대에게는 게임에 접근할 기회를 늘려주고, 젊은 세대에는 게임을 오락을 넘어 즐기는 문화로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임의 순기능을 활용한 기능성 게임을 보급하고 전시나 대국민 홍보로 게임을 접할 기회를 늘리는 것도 방편이다.
지나친 몰입을 막는 업계의 자율 장치도 필요하다. 과몰입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화살은 다시 게임업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줄지만 장기적으로는 게임이 문화로 정착하면 시장 파이가 커질 수 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은 이제 청소년이나 젊은 또래에는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기성세대는 그렇지 않다”며 “게임의 순기능을 확산시켜 세대 간 통로로 만들면 시장규모와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