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이동통신서비스 가입비는 3만원 안팎이다. 이 3만원을 24개월 할부로 낸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1250원 정도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소비자는 대다수가 약정이 끝나는 24개월마다 다른 통신사로 변경하니, 가입비를 폐지하면 한 달에 1000원이 조금 넘는 통신비를 줄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40%, 2014년 30%, 2015년 30%씩 단계적으로 이동전화 가입비를 인하해 폐지하는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밝혔다. 우연인지, 아니면 월 1000원 수준의 인하폭이 `적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본료 1000원 할인` 정책과 꼭 닮았다.
기본료 1000원 인하 정책은 소비자에게는 별 체감 혜택을 주지 못한 채 통신사 수익만 악화시킨 졸속 정책의 표본으로 지적을 받았다. 소비자는 1000원 할인이 할인이냐고 반문했지만, 통신사는 한 해 6000억원의 매출이 급락했다. 혜택은 별로 없고, 피해자는 뚜렷한 이 정책을 놓고 소비자도, 사업자도 모두 불만을 토로했다. 시장 경쟁원리가 아닌 강제적·인위적인 정책의 비효용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가입비 인하 역시 기본료 1000원 인하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인하 수준도 비슷하거니와 시장 상품 가격에 대한 정부의 통제라는 점, 또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인 대책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통신사 한 고위관계자는 “새 정부 정책에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렵지만, 가입 업무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받아온 것에 대해 갑자기 받지 말도록 하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고 토로했다.
어차피 기업과 협의를 거치고 동의를 얻어야 실행 가능한 방안이라면, 가입비 폐지 대신 다른 인하 방식을 권하고 싶다. 시장경쟁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이다. 바로 요금제 경쟁을 독려하는 방안이다. 마침 통신사는 최근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로 요금제 경쟁을 시작했다.
정부가 이를 잘 활용하면 소비자 지향적인 요금 할인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경쟁 독려를 위해선 요금 통제 정책 수단인 인가제와 `사실상 인가`인 신고제에 대한 창조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요금 담합에 대한 철저한 감시도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미 실패로 끝난 정책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잘못된 정책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불행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