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시대 카운트다운]빅데이터 2.0을 고민할 때

이성욱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sungwlee@deloitte.com)

시스코의 세계 18개국 IT전문가 대상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기업의 최우선 투자 대상은 `빅데이터` 라고 한다. 국내 전문가 70% 이상이 “빅데이터를 통해 기업과 국가의 의사 결정력과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것” 이라고 예상했다. 참으로 메시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반대와 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빅데이터라고 생각해서 소셜 버즈분석을 해보았지만 우리 기업과 관련된 버즈를 모아봐야 스몰데이터였다는 푸념부터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숫자로 확인하는 효과밖에 없었다는 실망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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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빅데이터로 진정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가? 딜로이트 애널리틱스 연구소의 바이브카난드(Vivekanand) 교수는 단순히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해하는 빅데이터 1.0 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통합해내는 빅데이터 2.0으로 나아갈 때 기업이 희망하는 가치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빅데이터 1.0 가치는 원하는 대상을 전수 분석해서 분류하고 이해하는 기본 특징에서 온다. 통계 분석을 위한 샘플링 과정이 없으니, 오류도 최소화되고 주관적인 의견도 배제된다. 여기에 정보시스템의 힘을 빌어온다면 과거에 불가능했던 일대일 매칭 대응도 가능해진다.

싱가폴 택시회사 `컴포트델그로(ComportDelGro)`도 빅데이터 1.0 가치를 실현했다. 과거 콜 센터 기반으로 일일이 고객 택시 호출에 대응하던 것을 차량 GPS와 고객 위치 데이터를 결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실시간 자동매칭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이 회사는 연간 2000만 건 호출을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빅데이터 기반 호출시스템을 위해 6000만 달러가 투자됐고,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서 투자효과가 신통치 않았다. 이에 회사는 보유 데이터 기반을 이용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가 빅데이터 2.0으로 진입하고 있다.

Vivekanand 교수는 빅데이터 2.0을 규정하는 요소를 크게 3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고객 행동에 거꾸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빅데이터 1.0에서는 단순히 고객 소리를 분석해서 호불호를 판단하는 데 그쳤다고 하면, 이제는 기업이 통제하는 전략 수단이 고객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거꾸로 고객 행동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ComportDelGro는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고객 호출이 지역과 시간 별로 달라지는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요금체계를 변동하는 최적화 모형을 적용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어낸 인사이트는 내부 효율성 제고 이상으로 추가적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ComportDeloGro는 시간별 호출이력과 운행이력을 결합하고 실시간 GPS데이터를 통합함으로써 교통 혼잡 예측모형을 만들어냈다. 모형은 자사 차량에 제공되어 `싱가폴에서 가장 빠르게 목적지로 이동하는 택시` 라는 평판을 만들었을 뿐더러 다른 회사에도 제공되는 단일 상품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생태계와 같이 데이터 범위를 확장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빅데이터 분석 가치는 기업 외부에 널려있는 데이터를 공격적으로 결합해 인사이트를 넓혀가는 데 있으며, 데이터 보유 주체간의 윈윈 모델로 데이터 범위 확장이 가능하다.

“옷은 고급스럽게, 춤은 싼티나게(Dress Classy, Dance Cheesy)” 점잖은 양복을 입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강남스타일의 컨셉을 표현한 가수 싸이의 명언이다. 빅데이터 흐름 속에서 머물러있을 수도,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는 우리 기업도 어쩌면 이런 양면적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빅데이터 애널리틱스가 제공할 수 있는 분명한 가치에도 이를 외면하거나, 단순한 IT 투자 이슈로 생각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행동은 신속히, 판단은 신중히(Act Simply, Think Seriously)” 빅데이터의 파도에 몸을 담그는 시도는 가볍게 시작하되,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얻기 위해 추진 해야 하는 다음 단계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어찌보면 모순처럼 보이는 상황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것이 빅데이터 시대의 기업 역량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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