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세계 4위 진입 목표
삼성테크윈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초고속 칩 마운터 사업의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 그동안 일본이 장악한 고속 마운터 국산화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수년째 정체 상태에 머물던 실적을 성장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삼성 그룹 정밀기계 전문 회사로서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도 여겨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테크윈(대표 김철교)은 최근 초고속 칩 마운터 `엑센 프로`를 개발 완료하고, 현재 국내외 5개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양산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엑센 프로는 국산화의 일반적인 의미 이상이다. 시간당 칩 실장 수(CPH)가 12만개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파나소닉·후지 등 선두 업체들의 고속 마운터도 6만~7만CPH에 불과하다. 삼성테크윈은 지난해 10월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와 샘플 테스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매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생산 라인에 들어가는 초고속 칩 마운터는 기술 장벽이 워낙 높아 그동안 국내 기업들에는 넘지 못할 산이었다. 정밀기계, 고성능 제어, 리얼타임 소프트웨어(SW) 등 핵심 제조 기술의 총아로 인식된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3년여간 초고속 칩 마운터 개발에 역량을 집중, 마침내 일본 선두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앞서 삼성테크윈은 지난해 초 반도체 장비와 반도체 부품 사업부를 통합하면서 초고속 칩 마운터 개발에 급피치를 올렸다. R&D 조직도 스마트폰·자동차 전장·발광다이오드(LED) 시장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효율을 끌어올렸다.
삼성테크윈의 고속 마운터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중국 휴대폰 업체들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ZTE·화웨이 등 선두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중국 휴대폰 업체들은 6만CPH 이하 중속 마운터를 주로 썼다. 그러나 올해 들어 스마트폰 생산 비중이 커지면서 고속 마운터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삼성테크윈은 근래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대리점 유통 구조를 축소하고 직영 판매를 늘리는 등 유통망을 크게 손질했다. 또 상하이·선전에 기술·교육센터를 설립하고, 각 지역 거점마다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도 배치했다.
고속 마운터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만큼 삼성테크윈은 장기적으로 선두 업체보다 20% 정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보드·제어기 등 핵심 부품 내재화를 통해서다.
삼성테크윈은 차세대 장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엑센 프로급 고속 마운터를 여러 대 이어 붙인 인라인 고속기 솔루션도 조만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인라인 고속기는 100만개 중 2개만 불량이 나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신뢰성이 필요한 제품이다. 독일·일본 기업을 제외하고는 상용화한 사례가 드물다. 조돈엽 삼성테크윈 MMS 사업부장은 “고속 마운터 상용화를 계기로 장비 사업 구조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당장 올해 목표가 일본 야마하를 제치고 세계 마운터 시장 4위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