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제국`은 왜 흔들리는 걸까. 스티브 발머의 진정한 천적은 누구였을까.
MS는 게르만족의 대이동에 허망하게 무너진 로마제국의 전철을 밟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지난해 말 모바일 운용체계(OS) 시장의 75%를 석권했다. 윈도는 고작 1.2%에 불과했다. 안드로이드 초창기 “조잡하기 그지없다”며 조롱하던 MS는 이젠 말이 없다.
패자무언(敗者無言)의 지경이다. 그렇다면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싸움의 승패는 전략에서 갈린다. 구글의 전략이 MS의 전략을 압도했다. 구글의 전략은 한마디로 `오픈소스 경제학`이다. 모든 것을 자체 엘리트 개발자 힘으로 해결하려는 MS와 180도 다르다.
안드로이드는 참여와 공유를 표방한 리눅스 프로그램으로 개발됐다. 안드로이드 역시 오픈소스로 활용된다. 어떤 제조사든 공짜로 쓸 수 있다. 대신 새로 개발한 프로그램은 공유해야 한다.
리누스 토발즈가 `리눅스`를 처음 창시했을 때 사람들은 회의적이었다. 이상은 좋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폄하했다. 그렇지만 개미의 집단지성은 천재들을 무력화시켰다. 스티브 발머의 천적은 스티브 잡스도, 에릭 슈미트도 아니었다. 바로 개미 개발자들이었다.
상위 20%가 경제를 지배한다는 2대 8의 `파레토 법칙`은 이제 종언을 고했다. 80%의 개미가 지배하는 크리스 앤더슨의 `롱테일 법칙`이 대체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이 모두 그 법칙을 따른다. `머리`보다 `꼬리`에 더 신경을 쓴다.
창조경제포럼이 23일 출범했다. 국회, 산업계, 학계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논란이 한창인 창조경제의 정의부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과제를 연구한다. 당장 40여명의 전문가들이 시작하지만, 일반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이기태 포럼의장은 “`전국민이 참여하는 포럼`이 목표”라고 밝혔다. 곧 오픈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창조경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누구나 제안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상상개발 아이디어 공모전도 준비 중이다. 그간 포럼하면 전문가 모임이라는 공식을 깨고 포럼에도 롱테일 법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소수 엘리트가 주도한 산업화·정보화 패러다임과 다르다. 새마을 운동이 위로부터 개혁이었다면, 창조경제는 아래로부터 개혁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누구나 기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좋은 아이디어가 경쟁해야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초창기 조잡했던 리눅스가 집단지성으로 윈도를 물리친 이치와 똑같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성공하는 길도 자명하다. 민간의 자발적인 정책 제안과 아이디어에 정부가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구글처럼 개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열린 포럼을 지향하는 창조경제포럼이 그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장지영 ICT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