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24>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

작년 10월에 사하라 사막 레이스 참가한 적이 있다. 사막에서 보고 듣고 몸으로 체험한 느낌을 책으로 옮기는 중이다. 사막에서 체험한 느낌이 책으로 완성되었을 때, 그 책의 내용은 사막에서 몸으로 체험해본 저자의 스토리다. 독자가 이런 사막 책을 읽고 저자들이 사막 레이스를 펼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체험을 고스란히 내 몸에 간직하기 위해서는 사막 레이스에 직접 도전해보는 방법이다. 책을 눈으로 읽기도 하지만 손으로 필사하면서 읽기도 한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저자가 했던 방식대로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있다. 이 방법이 바로 책을 몸으로 읽는 것이다. 책을 몸으로 읽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책에 나와있는 대로 실천해보는 방법이다. “할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한다. 할 수 없는 사람은 그것을 가르치려 한다.” 죠지 버나드 쇼의 말이다. 내가 사막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주고자하는 메시지는 사막 레이스를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나는 사막에서 체험한 느낌과 깨달음을 통해서 독자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 넓은 세계, 이제까지 가보지 않은 낯선 세상으로 과감하게 떠나보라는 충동질을 하는 데 있다. 지금 여기를 벗어나봐야 지금 나의 경험의 한계를 몸소 깨달을 수 있으며, 지금 여기를 넘어 새로운 체험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사막 책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시인 고은은 두려워하지 말고 낯선 곳으로 떠나라고 한다. “낯선 곳으로/아메리카가 아니라/인도네시아가 아니라/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단 한 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그대 떠나라.” 떠나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떠남은 새로운 만남이다. 우연한 낯선 마주침이 색다른 체험적 통찰력을 주며, 우연한 만남이 내 운명을 바꾸는 만남이 될 수도 있다. 사막 체험을 쓴 책은 사막에 가서 레이스를 펼치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여정의 기록이 아니라 내가 사막에 직접 가서 몸으로 느낀 정신적 여정의 기록이다. 물론 정신은 몸과 분리할 수 없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고도 정신은 움직일 수 있다. 체험적 고통이 수반되는 가운데 가슴으로 느낀 깨달음은 강렬한 인상과 함께 몸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지금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의 대부분은 머리로 기억한 정신의 기록이 아니라 몸으로 느낀 체험의 기록이다. 그래서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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