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22>독창성이란 들키지 않은 표절이다

논문 표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유명 연예인이나 스타 강사가 지금까지 쌓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있다. `독창성이란 들키지 않은 표절`이라는 윌리엄 랠프 윙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보면 무엇이 오리지널이고 무엇이 모방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세상이 어떤 작품을 오리지널이라고 할 때, 그 십중팔구는 그 작품이 참조한 대상이나 최초의 출처를 모르기 때문이다.“ 소설가 조너선 레섬의 말이다.

누군가 새로운 창조로 독창적인 글을 썼거나 신제품을 개발했다고 하는 것도 결국 누군가의 창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볼 때, 어디까지 나의 순수한 아이디어이고 어디까지가 남의 아이디어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창조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노력이라기보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을 남다른 방식으로 조합해낸 결과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것이 예술이라면 창조도 결국 식상하다고 생각되는 사물이나 현상을 남다른 방식으로 조합, 이제까지 사람들이 간과했던 부분에 새로운 관계를 부여하고 해석해내는 작업이다.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전도서 1:9)고 하지 않았는가? “쓰여져야 할 모든 이야기들은 이미 다 쓰여졌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은 다시 쓰여져야 한다.” 앙드레 지드의 이런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새롭게 읽힐 뿐이다.

자기계발서의 변하지 않는 공통된 주제도 꿈, 열정, 도전, 변화, 창조, 정성, 배려, 용기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화두들이다. 꿈을 갖고 도전하면서 열정적으로 살아가면서 변화를 추구하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잊지 말고 지극한 정성으로 매사에 임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런 메시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자기계발서는 아직도 계속 쓰여지고 있다.

“훌륭한 시인은 훔쳐온 것들을 결합해서 완전히 독창적인 느낌을 창조해내고 애초에 그가 어떤 것을 훔쳐왔는지도 모르게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시인 T. S. 엘리엇의 말이다.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되 훔쳐온 아이디어를 남다른 방식으로 결합하면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결국 창조는 다양한 체험과 독서를 통해 체득한 깨달음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조합하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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