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업자들이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시장에서 속도를 줄이고 있다. 당초 ICT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국내 전력판매 시장 독점체제에서는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와 SKT가 최근 스마트그리드 관련 조직을 축소했다.
KT는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을 해체하고 그린ICT·MEG·에너지효율화·XEMS·그린응용의 5개팀으로 구성된 스마트그린기술담당 부서를 KT 종합기술원 내 컨버전스 연구소에 편입시켰다. 기존 상무급 3명으로 구성된 사업단을 상무급 1명이 책임지는 조직으로 축소했다.
SKT도 스마트인프라사업본부를 공공사업본부 내 공공사업팀과 NSI(Network Solution Integration)와 함께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담당하는 그린(Green)&세프티(Safty)팀으로 개편했다. 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네트워크운영센터(NOC)를 결합한 에너지관리 대행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에서다.
KT와 SKT의 이번 조직개편은 국내 스마트그리드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통사들은 국내 여러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단위 사업을 주도해왔다.
KT는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의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스마트 플레이스(양방향 전력통신)사업을 포함해 지능형 전력 수요반응(DR), K-MEG(한국형 마이크로에너지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등 사업에 참여해 민간기업으로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SKT도 제주 스마트그리드 스마트플레이스와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운송)사업 등을 주도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은 전력 사용 효율화인데 한전이 전력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선 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계량기 등 중소기업 비즈니스에 참여할 수도 없고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처음 시작할 당시 가장 기대했던 게 전력판매사업이었다”며 “정부가 전력판매 경쟁체제 도입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만 제시했을 뿐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그리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 분야만이라도 전력판매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