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특허경영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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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필립스는 1985년부터 지식재산권 가치 창출을 위한 특허경영에 온 힘을 기울여 왔다. 일본 히타치는 전사적으로 특허지도를 제작해 특허 관리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세계적인 면도기 회사인 질레트는 기술 개발과 전략적인 특허 네트워크 구축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애플은 자사 기기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특허소송을 확대하고 있다. 최고의 인터넷 기업 구글도 특허기업 인수를 통해 모바일 특허소송에 대응하고 있는 형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국내 처음으로 `특허 경영`을 선포했다. 특허 출원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한편, 표준 특허와 원천 특허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특허 매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허경영이 전 세계 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견제하고 고객에 대한 협상력 강화는 물론,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향상시키는 수단이 됐다. 사업 전략과 연구개발을 연계할 때 가장 효과적인 성과도 창출할 수 있다.

최근의 경기침체 양상은 끝이 안보일 정도로 저성장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각 국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무역정책 기조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기업이나 연구소 또한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특허분쟁 또한 더 심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재산 경영, 특허경영 강화가 절실한 이유다.

자랑 같지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서는 드물게 내로라할만한 특허경영 실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일 전 세계 237개 연구소, 정부기관, 대학을 대상으로 한-미 특허 종합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평가는 특허의 양적 수준뿐 아니라 질적 수준까지 함께 고려됐다. ETRI는 지난해에 이어 세계 최고 자리를 지켜냈다.

ETRI가 이 같은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특허출원 건수를 늘리는 대신, 선택과 집중으로 우수한 표준·핵심 특허를 중점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로열티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특허경영 전략을 수립한 것이 적중했다.

세계적 수준의 특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특허를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많은 특허를 창출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좋은 특허를 많이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질 좋고 강한 특허를 많이 창출하는 이른바 특허의 질적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을 펼쳐야한다. 또 질 좋은 특허를 많이 창출했다면 그 특허의 경제적 가치를 제고하는 특허 활용 활동에도 힘써야 한다. 그러한 특허 활용 활동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특허 로열티 수입을 연구개발(R&D) 부문에 재투자해 연구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시대의 바른 특허 정책이라고 본다.

물론 연구원들의 어깨가 무겁다는 하소연도 있다. 책임이 앞서기 때문이다.

연구 성과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무형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한 무형자산을 IP(Intellectual Property)로 자산화해 이를 특허로 꽃피워 결실을 맺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연구원이 해야 할 창조경제의 또 다른 미션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전략적 특허경영이 필요하다. 출연연은 세계 최고의 `아이디어 공장(Idea Factory)`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이 `ICT 강국 코리아`의 명성을 `특허강국 코리아`로 이어나갈 최적기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hn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