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현대차, 5년 후가 걱정스럽다

2월 중순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렌터카로 3박4일 동안 800㎞를 넘게 달렸다. 후쿠오카에서 히라도와 나가사키를 거쳐 유후인과 벳푸를 찍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왔다. 규슈 절반을 일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름값은 달랑 4300엔 들었다. 4만9000원 정도에 서울-부산을 왕복한 셈이다. 우리나라보다 약간 싼 일본의 가솔린 요금을 감안해도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그 비결은 렌터카에 있다. 연비 종결자의 진가를 보여준 도요타 하이브리드카 `아쿠아`가 주인공이다. 계기판에 찍힌 4일 평균 연비는 26㎞/ℓ에 달했다.

하이브리드카는 엔진과 모터, 두 가지 동력을 쓴다. 저속에서는 모터가, 고속이나 갑자기 가속을 해야 할 때는 엔진이 움직인다. 3박4일 규슈 여행에서 나가사키-유후인, 벳푸-후쿠오카 코스는 고속도로를 선택했다. 300㎞가량을 엔진에만 의존한 사실을 감안하면 26㎞/ℓ의 연비는 꽤 괜찮은 편이다.

아쿠아 공인 연비는 35.4㎞/ℓ다. 하이브리드카는 물론이고 현재 세계에서 팔리는 자동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쏘나타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연비다. 같은 차종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이다. 또 다른 아쿠아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169만엔으로 1900만원을 약간 웃도는 금액이다. 같은 급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보다 100만원 이상 싸다. 연비 역시 아쿠아가 2.5배나 높다. 여행 중에 나가사키 야경이나 벳푸 지옥 온천처럼 좋은 경치를 두루 봤지만 아쿠아의 경쟁력은 그보다 더 깊이 뇌리에 각인됐다.

`그렇게 좋은 차를 도요타는 왜 한국에서 팔지 않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없어서 못 판다. 현재 일본 내 아쿠아 인기는 단연 1위다. 7개월을 기다려야 살 수 있다. 미국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연내로 예정된 생산 라인 증설이 이뤄지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소식이다.

아쿠아 하나를 달랑 4일 타본 경험으로 도요타와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고연비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하이브리드카는 특허와 기술, 완성차 모두 일본이 압도적이다. 디젤차는 독일이 쥐락펴락한다. 현대자동차가 획기적 기술 개발을 내놓지 못한다면 5년 후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기우이길 바란다.

2012년 기준 일본 자동차 판매 순위를 보면 10위 내에 하이브리드카가 3종이다. 6종은 경차다. 남은 하나도 1200㏄급이다. 2000㏄급은 돼야 톱 10에 낄 수 있는 우리나라 순위가 허세로 보이는 대목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경제와 환경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가솔린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는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했다. 그 기세를 차세대 친환경 고연비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어가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나라 소비자도 혜택 받고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