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세계 디스플레이산업의 패권을 거머쥐며 세계 전자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온 삼성과 LG. 아시아 작은 나라 대표 기업들이 벌이는 글로벌 1등 경쟁은 한 때 세계 언론의 큰 관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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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과 LG에 다시 세계 전자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진흙탕 싸움 구경`이다. 한국 전자산업의 두 프라이드인 삼성과 LG가 특허 문제를 놓고 한 판 붙은 것이다. 정부까지 나서 어렵게 두 기업 간 대화의 물꼬를 터놓았지만, 감정싸움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일단락되나 싶으면 새로운 변수들이 튀어나와, `해외 구경꾼`들의 재미를 부추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세계 1, 2위를 다툰다. 모기업의 전통적 라이벌 관계를 생각하면 자존심 대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선두 기업들이 서로 기술을 훔치려 시도했다는 의혹에 경찰·검찰까지 나서는 상황 연출은 코리아 기업 이미지에 큰 흠집이 됐다.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갱신하면서 전통적 강국들을 제치고 세계 속에 우뚝 섰다. 특히 이번 삼성·LG간 특허 싸움의 진원지가 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우리가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한 미래 먹거리다.

양사는 이제 머리를 식히고, 실리를 따져 봐야 할 때다. 특허 문제는 우리 끼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지향 전략이 필요하다. 후발국에 진입장벽을 더 높이 쌓아야 할 시점에, 안방에서 총부리를 겨누며 자중지란으로 길을 열어주는 꼴이 된다. 양사가 벌이고 있는 특허무효화 소송은 애써 개발해 등록한 특허 자산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행위다. 내전에 핵무기를 써버리고 정작 글로벌대전에서는 무장 해제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 있다.

물론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특허는 철저한 비즈니스의 산물인 만큼 애국심에 호소할 성격이 아니다. 특히 전자산업분야에서의 특허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대표적 자산이다. 따라서 당연히 국내기업 간에도 가치를 평가해 주고받는 철저한 계산이 선행돼야, 그 틀에서 해외 특허 수익도 보장된다.

다행히 삼성과 LG 양사는 기본적으로 협상의 틀을 견지하고 있다. 더 이상 `구경꾼`이 꼬이지 않도록 밀실로 들어가 조용히 마주 앉아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기업이미지도 지키고, 특허 무효화 소송으로 인한 기회비용(글로벌 특허 수익) 상실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특허를 두 기업의 자존심 대결로 몰고 가면 끝이 없다. 철저한 비즈니스의 한 형태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면적인 특허공유(크로스라이선스)도 좋은 해법이다. 크로스라이선스를 체결하면서 계산기에 찍힌 대로 서로 정산하면 된다. 그 결과는 외부에 알릴 필요도 알릴 이유도 없다. 둘만의 문제일 뿐이다. 구경꾼들이 궁금해 한다면 “대승적 차원의 협력을 이뤘다”고 하면 될 일이다. 삼성 LG 모두 밖에서 이럴 때가 아니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