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구매 정책 변화 "체질개선.SCM 경쟁력 강화"

SK하이닉스가 구매 정책 전반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모성 부품과 자재 구매 거래선을 바꾸고 있다. 체질 개선과 동시에 공급망관리(SCM) 경쟁력을 갖추려는 명분에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공정용 실리콘 구매 물량 가운데 그룹 계열사인 SKC솔믹스 비중을 늘렸다. SKC솔믹스는 반도체 장비의 소모성 부분품인 실리콘(Si), 알루미나(Al2O3) 등을 생산한다. 종전까지는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물량이 하이닉스에 비해 많았지만 올해부터는 역전된다. 하이닉스를 발판으로 지난해 800억원대였던 파인세라믹스 사업 매출액이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장비 부품을 조달받던 대리점 일부와 기업소모성자재(MRO) 업체도 그룹 관계사인 행복나래로 일원화했다. SK 관계자는 “국내외 장비·부품·원자재 전반에서 변화를 주려고 한다”며 “기술력있는 업체라면 당연히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복나래는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코오롱 계열사인 코리아이플랫폼(KEP) 등이 외주를 맡았지만 SK 인수 후 교체됐다.

협력사 관리 강도도 높였다. 지난해 실적이 악화되면서 외주조립(패키지) 업체 등의 물량을 걷어들인데 이어 외주 단가와 부품·자재 조달 원가도 조정했다. 반도체 시황에 따라 조달 가격을 조절하는 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책정 기준을 원가 중심으로 바꿔 종전과 차이가 있다.

이같은 변화는 불투명한 거래 관행을 고친다는 명목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이닉스가 협력사들과 오랜 기간 거래하면서 굳어진 갑을 관계에 변화를 줘 효율성을 높인다는 차원이다. 실제 구매를 담당하는 SK하이닉스 SCM실에는 SK출신 직원들이 신규 배치됐다.

또 SK의 책임경영 방침이 구체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성을 극대화 해 신사업과 신기술 투자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인수를 통해 그룹 내 제조업 계열사와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도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내 전자 소재 관련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SKC, SKC솔믹스 등이다.

안팎에서는 반발도 있다. 표면상 이유는 기존 질서에 대한 타파다. 산업 특성상 SCM 구조가 단순화 돼 있고 장비·부품도 맞춤형 개발을 해야 하지만 바뀐 방침에 따라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집약적인 반도체 업계 특성상 소자 업체와 협력사가 오랜 기간을 두고 공동 기술 개발을 통해 협력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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