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잠정 가동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남북 경협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잠정 중단 발표 이튿날인 9일에는 북측 근로자가 예상대로 출근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남북 경협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최악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해법을 둘러싸고 입장이 엇갈렸다.
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 중단을 발표한 이튿날인 9일 아침 북측 근로자들이 예상대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측 생산직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다만 업체별로 1∼2명씩 경비직 근로자만 약 200명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5만3000여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개성공단은 이날부터 사실상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 것은 2004년 가동 이후 처음이다.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입주 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개성공단을 북한이 어제 조업을 잠정 중단시키겠다고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지면 우리 기업의 피해보전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이 지출될 것이고, 그만큼 남북교류 협력을 위한 쓰임새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투자는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가장 중요한 전제인데 국제사회가 다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이 이런 식으로 국제 규범과 약속을 어기고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시킨다면 앞으로 북한에 투자할 나라나 기업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그릇된 행동을 멈추고, 한민족 미래에 도움이 되도록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재가동을 촉구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북한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훼손하는 최악의 선택으로 가는 게 아닌지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북한은 즉각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회복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한반도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대북특사 파견 등 즉각적 대화 채널 가동을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남북 상황이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긴장을 고조시키더니 급기야 개성공단 잠정중단으로 한반도 평화가 파국 직전에까지 이르렀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고 강인하게 평화의 길을 걸어야 한다”며 “잘못된 시그널(신호)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개성공단 잠정중단 선언과 관련 “정부는 개성공단이 계속 정상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한 배경설명에서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며 이 같이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