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온라인 뉴스서비스 간판을 갈았다. 기사 제목이 실시간 바뀌는 뉴스캐스트에서 가판대처럼 매체를 통째 선택하는 뉴스스탠드로 포털에서의 뉴스 유통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언론사들은 저마다 자사 마이뉴스 구독률이 얼마나 될지, 순위는 어떻게 될지 좌불안석이다. 혹시나 예고된 6개월 뒤 개편 때 지금 있는 뉴스가판대에서 조차 밀려나지 않을까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당일 조바심을 낸 언론을 비웃듯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주식시장에서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외국 큰손들의 매수 주문이 주가 최상단에 걸리기도 했다. 아이러니 하면서도 운명의 장난처럼 잔인하다.
옛날 같으면 언론이 연합군을 형성해 NHN에 융단폭격이라도 때렸겠지만, 이날 언론들의 반응은 약속이나 한 듯 꿀먹은 벙어리였다.
언론들은 겉으로는 `나쁜 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네이버의 명분에 동의하는 듯 했지만, 솔직하게는 닥쳐올 앞날에 잔뜩 웅크렸다.
일단 이 지점까진 네이버와 언론 사이 팽팽하던 무게 추가 완전히 네이버로 넘어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네이버도 마냥 즐기고 있을 상황이 아닌듯하다.
뉴스를 찾아 네이버에 들어간 많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웠다. 뉴스를 보기 위해 네이버만 선택하면 됐지, 또 다시 언론사도 선택해야 하나며 못마땅해 했다.
네이버는 갑자기 줄어든 뉴스트래픽이 혼탁한 뉴스캐스트에서 뉴스가 정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뉴스를 네이버상의 마이뉴스에서 보지 않고, 진짜 `자신만의 뉴스`를 스마트폰에서 본다. 거스를 수 없는 물줄기다.
이전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때마다 네이버는 엄정한 중립성과 객관성을 지키고 있다며 그 의혹을 부인했다. 네티즌들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논쟁은 지나갔다.
뉴스캐스트가 방문자수를 늘리려는 언론의 의도적 측면으로 혼탁해진 것도 있지만, 네이버 또한 그 덕에 뉴스생태계의 `문고리`를 장악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모바일로 트래픽 대세는 넘어가고 있다.
뉴스도 모바일로 생산하고 소비된다. 인터넷(유선)이 쥐었던 뉴스 헤게모니도 한순간 모래성으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뉴스스탠드 도입은 작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네이버가 뉴스 헤게모니를 잡았다고 자만하는 순간, 반격은 뉴스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부터 날아올 수 있다.
모든 헤게모니는 결국 소비자가 쥐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