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zoonky@gmail.com)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지만 막상 실행 단계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에 투자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성공사례라 할 만한 것이 없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경우 IBM 빅데이터 실행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국내에서의 SC은행의 빅데이터 사례는 눈 여겨 볼만하다.
IBM 가이드라인은 5단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1단계는 비용 효율적인 내부 원천 데이터를 통해 분석 경험을 축적하고 단기적 성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2단계는 고객 행동 예측에 중점을 두고 고객 요구를 이해하는 것에 집중한다. 3단계는 비즈니스의 우선순위에 따라 분석 기술, 기능적 기술, IT 역량을 확보하는 단계이다. 4단계는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분석해 측정 가능한 성과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케이스를 제시하는 단계다. 마지막 5단계는 전사적인 빅데이터 청사진을 수립하는 단계다.
대부분 기업이 빅데이터에 접근할 때는 3단계의 기술 요소를 정의해 역량을 만들어 가고 5단계 빅데이터 청사진을 수립하는 것부터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일단 있는 데이터를 통해 단기성과에 집중하고 이는 고객 중심적 분석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국내 SC은행은 얼마 전부터 빅데이터의 전략적 중요성을 깨닫고 빅데이터에 많은 역량을 집중했다. 대부분 기업이 빅데이터를 한다고 하면 먼저 서버를 재구축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만드는데 반해 SC은행은 먼저 2∼3개의 단기적·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케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첫 프로젝트에서는 최근 3개월 동안 타행이체 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인 고객 중 고객 행동 분석을 통해 선정된 고객에 대한 타깃 SNS 마케팅을 진행했다. 선정된 고객에 대해 자동이체나 관련된 상품에 대한 타깃 광고 활동을 했고 결과는 기존의 SNS 광고 활동에 반해 2∼3배의 고객 유치율을 보였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영업점 프라이트 뱅킹 파이낸스 전문가(RM)의 세일즈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자료 제공을 통한 마케팅 지원이다. 우선 RM 세일즈를 위한 데이터 요구사항을 분석해 기존 고객관리시스템(CRM)이나 경영정보시스템(MIS)에서 부족했거나 조회할 수 없었던 데이터 요건을 정의했다.
결과적으로 RM들에게 매일 그들이 접촉하는 고객에 대한 필요 정보가 제공됐고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 조건(계좌 개설, 계좌 이동, 상품 만기, 신용카드 변경 등)에 맞는 고객을 접촉해 펀드 등 판매에 대한 영업 활동을 진행했다. 프로젝트 결과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RM에 비해 정보를 제공받는 RM은 약 12%정도 영업성공률이 올라갔으며 고객 이탈 방지, RM시간 이용의 효율성 등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기업의 빅데이터 활용은 가시적으로 성과를 보일 수 있는 프로젝트로 시작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업에 요구되는 가장 큰 능력은 자신의 기업에서 단기간에 데이터를 통해 가장 큰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질문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는 정말 쓸모없다. 단지 우리에게 답만을 줄 뿐이다.” 이것은 20세기 가장 유명한 화가인 피카소가 설파한 컴퓨터에 관한 유명한 역설이다. 컴퓨터에 무언가를 입력(물음)하지 않는 이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이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빅데이터는 역시 정말 쓸모없다. 단지 우리에게 답만을 줄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알맞은 질문을 찾는 일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