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A to Z]<10>품격을 높이는 `뿌리산업`

오스트리아 비엔나 슈피텔라우 지역에는 독특한 쓰레기 소각장이 있다. 쓰레기 소각장이라기보다는 동화 속 건물처럼 알록달록한 색채의 종합 예술품 같다. 친환경 건축물이라 환경단체의 배움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비엔나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이 건축물은 오스트리아가 낳은 천재 건축가 훈데르트 바서의 작품이다. `스페인에 가우디가 있다면 오스트리아에는 훈데르트 바서가 있다`는 말까지 있다.

Photo Image
<뿌리산업 개념도>

훈데르트 바서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색채 마술사인 그의 명성은 가우디와 비견할만하다. 한 사람의 손길이 혐오스러운 쓰레기 소각장을 사랑받는 명품 예술품으로 바꿔 놓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늘날 자동차·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수많은 첨단 제품이 쏟아진다. 이들 제품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경쟁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하다. 부족한 2%를 채우고 더 나아가 새로운 2%를 창조하기 위해 우리 산업계에도 훈데르트 바서처럼 마법의 손을 가진 기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내 기업 가운데 유아이디는 스마트폰 터치패널의 표면처리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애플 아이패드 패널의 40∼50%, 삼성 갤럭시탭 패널의 80∼100%를 공급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금형의 프랜차이즈화로 세계 제패를 꿈꾸는 재영솔루텍은 금형 산업을 토털 솔루션으로 개발 관리하는 첨단 산업으로 변모시켰다. 이 회사는 최고급 수준 스마트폰 카메라에 사용되는 800만, 1200만 화소급 렌즈를 생산·공급한다.

주조가 더 이상 3D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진흥주물도 돋보인다. 독자 개발한 차동기어박스를 앞세워 세계적인 주조업체를 제치고 군용트럭 전문제조업체와 장기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동종 업계에서 자주 회자된다. 이 회사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공정 최적화를 기반으로 양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전거 부품을 시작으로 이제는 8단 자동변속기 핵심 부품까지 생산하는 경창산업은 지난 반세기 기술혁신을 통해 쌓아온 탄탄한 기술력이 돋보이는 기업이다.

제일정공의 이중사출 기술은 삼성전자 LCD TV `크리스탈 로즈`를 북미 시장점유율 1위(2008년)로 끌어올린 숨은 공로자다. 우리나라에서 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엠케이전자는 반도체용 본딩와이어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사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우리는 이들을 `뿌리기업`이라 부른다. 비슷한 기업이 국내에만 2만5000여개에 이른다. 아쉽게도 전체 뿌리기업 중 99.9%가 중소기업이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보다 많은 뿌리기업을 중추적인 위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마중물`과 `풀무질` 같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 1월 말 정부가 뿌리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핵심 뿌리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체력을 강화하고, 건전한 산업환경을 조성해 뿌리산업 강국을 만들자는 계획이다.

정부 열의가 전체 뿌리기업에 잘 전달되길 바란다. 모두가 꿈꾸는 창조적 미래가 뿌리 기술의 마법을 통해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김성덕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생산기반PD yunapa@keit.re.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