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 성공을 위한 중요한 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며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가 창조경제의 전제조건임을 시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창조경제로 구현할 신성장동력 발굴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 필수라는 뜻이다.
하지만 대통령 의지와 달리 경제민주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많은 생채기를 입었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박근혜 당시 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간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용두사미식 경제민주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선 이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사라졌다. 아예 정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나마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를 강한 어조로 강조해 불씨를 되살려놓은 상태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불씨를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공세 식 경제민주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뚜렷한 중장기 원칙이나 방향 없이 유행어처럼 쓰고 버리는 식으로 경제민주화에 접근해서는 얻을 게 없다. 정치적 구호가 아닌 경제·산업 발전이라는 프레임으로 경제민주화를 바라봐야 한다.
모든 경제 구조는 그를 구성하는 주체마다 역할이 있게 마련이다. 대기업은 대기업으로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으로서 그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모든 대기업은 나쁘다` `중소기업은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연구센터 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동반성장하고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흑백논리에 따라 서로를 비난하고 갈라놓으면 정작 중요한 글로벌 경쟁력을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제도나 관행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박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른바 `손톱 밑 가시`로 불리는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고 개선해야 한다. 중소 납품업체를 압박해 수익성을 높이는 대기업의 그릇된 사업 방식에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신생 벤처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모델만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중장기 과제로 경제민주화를 끌어나가는 노력도 요구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언급하며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것이 경제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말대로 경제민주화를 `중요한 목표`로 정해놓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지난 대선 전후 과정에서 나타난 들쑥날쑥 행보로는 곤란하다. 정책 수혜자와 이해당사자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로써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제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준다면 창조경제 구현을 앞당길 수 있다.
장 소장은 “대립과 비난에 치중하면 기업은 수동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며 “경제민주화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방향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