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으로 들어서고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난방용 가전제품을 정리해 치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가전제품이 있으니 바로 기화식 가습기다. 기화식 가습기는 수돗물에 포함된 나트륨·칼륨 등 미네랄이 남는 초음파 가습기나 전력 소모가 높은 가열식 가습기의 단점을 보완해 소비 전력이 낮고 미네랄이 남지 않는다.
특히 기화식 가습기는 내부 물통에서 습기를 머금은 디스크(원판)가 계속 회전하며 공기중 이물질을 물통 안으로 가라앉히고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므로 일부 공기청정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황사나 미세먼지로 창문을 함부로 열 수 없는 이른 봄철에도 꾸준히 수요가 있다. 여기에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겹치면서 지난 한 해만 25만 대 이상이 팔렸다.
◇ 사용 권장 면적·물탱크 용량 확인해야 = 공기청정기와 마찬가지로 기화식 가습기도 사용 권장 면적을 표시하고 있다. 이 권장 면적보다 넓은 공간에서 기화식 가습기를 이용하면 가습 효과와 공기 정화 기능 모두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또 사용 권장 면적이 높아질수록 수조의 수분을 증발시키는 팬이 빠르게 돌아야 하므로 소음도 만만찮다.
반대로 이런 대용량 제품을 작은 방에서 켤 경우 소음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어느 정도 넓이 공간에서 쓸 것인지를 따져본 후 알맞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사용 권장 면적과 함께 따져봐야 할 것은 물탱크 용량이다. 권장 면적은 넓지만 물탱크 용량이 적다면 수시로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 수조 청소는 편리한가? = 기화식 가습기는 세균이 달라붙을 수 없을 만큼 미세한 물방울을 내보내기 때문에 항균 기능까지 겸한다는 것이 제조사 설명이다. 하지만 공기중 이물질을 수조 안에 가라앉히는 작동 원리 때문에 자칫 청소를 게을리 하면 수조에 물때나 이물질이 끼고 심하면 악취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수분을 증발시키는 팬에도 먼지가 끼어 소음이 발생하거나 오히려 먼지를 퍼뜨릴 수 있다.
따라서 물통 입구가 크고 청소가 쉬운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고, 물통 대신 수조에 직접 물을 보충하는 방식이 더 편리하다. 수조도 완전히 분리해서 씻어낼 수 있는 제품이 바람직하다. 제조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최소한 2주에 한 번씩 수조를 분리해 청소할 것을 권장한다. 수조뿐만 아니라 공기를 걸러주는 필터도 3개월에서 6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 주어야 하며 수조 내 살균 기능을 갖춘 세라믹 필터도 일정 간격을 두고 교체해 주어야 한다.
◇ 기화식 가습기 “만능은 아니다” = 기화식 가습기의 공기 정화 능력에 대해 정확히 검증된 평가방법은 아직 없다. 가천대학교 윤동원 교수는 “기화식 가습기는 공기중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물에 녹여서 가라앉히는 방식이며 오래 사용하면 수조 안에 담긴 물의 색깔이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각종 필터를 이용해 공기를 걸러내는 공기청정기보다는 효과가 낮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는 한국공기청정기협회에서 마련한 먼지제거·소음·탈취 등 각종 시험평가 기준을 만족시키면 ‘CA마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화식 가습기는 공기중 이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쉽지 않다. 기화식 가습기에서 분출되는 미세한 물 분자와 공기중 먼지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기화식 가습기를 쓰는 주된 목적은 공기 정화보다는 가습기에 두는 것이 바람직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