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석탄·LNG복합화력 발전소 건설의 설계·시공·조달(EPC) 사업이 진화하고 있다. 발전 EPC는 발전소에 들어가는 자재조달에서부터 설계, 시공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공사방식이다. EPC 사업 수주를 통해 건설·설비설치 공사대금을 받고 자재 공급 차액으로 수익을 내던 방법에서 사업 자체를 기획하고 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지분 수익을 챙기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경기 불황 타개책으로 EPC 사업자들이 개발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개발 및 산업단지에 지분을 투자해 EPC 사업 완료 후에도 운영에 따른 지속적인 캐시카우를 만들기 위해서다. 국내 건설업이 주택건설업에서 EPC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데 이은 두 번째 변화다.
EPC 및 투자 전략에 가장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떠이호떠이 신도시` 사업을 통해 EPC와 기획, 투자를 결합한 비즈니스를 성공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여의도 면적 3분의 2 규모 부지에 초고층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것으로 대우건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하노이 THT 법인이 개발을 주도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경영키워드를 EPC 이노베이션으로 잡고 EPC 사업의 효율과 절차, 비용을 대폭 개선하고 기획과 투자를 융합해 민자발전 사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경영내실화에 힘쓰고 있는 GS건설도 기획과 투자를 결합한 EPC 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GS건설은 해외 건설 및 플랜트 신규시장 발굴을 위한 컨설팅 작업과 해당사업의 투자를 병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개발사업 지분출자 시 수익성에 대한 리스크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비교적 소규모 EPC 사업에 간접 지분 투자를 하면서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해 단계적으로 기획 투자 부문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5억5000만달러 규모의 바레인 무하락 하수처리 플랜트 특수목적법인(SPC)에 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사업은 플랜트 건설과 운영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건설 및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사업 기획과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기존 EPC의 수익이 단발성인데다, 수익성도 점점 낮아지면서다. 최근 건설 시장은 전체 개발 사업에서 컨설팅과 설계단계에서 지출되는 사업비가 많아지는 반면 EPC 사업비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 등 신흥 개발도상국은 비용 부족으로 개발 사업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어 운영 수익성이 보장되는 선에서 건설사들의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EPC의 가격경쟁과 단발성 수익의 대안으로 개발사업 투자가 검토되고 있다”며 “하지만 EPC와 달리 투자사업은 사업 운영에 따른 위험성이 따르는 만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