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한데 모여 더 큰 정보와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또 개인이 가진 개성과 전문 지식을 드러내고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채널을 제공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카페가, 자기 전문 분야나 관심사에 집중하는 사람에겐 블로그라는 신세계가 열렸다.
카페와 블로그로 대표되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정보와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교류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오프라인 모임에 만족하던 동호회나 숨은 고수는 인터넷으로 더 넓은 세상을 만났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공통 관심사와 친목을 다지는 PC통신 소그룹 활동은 빠르게 인터넷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1999년은 인터넷 커뮤니티 원년이다. 다음 카페, 세이클럽, 디시인사이드가 모두 이때 등장했다.
이어 2002년 대선과 월드컵을 거치며 네티즌이 카페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이고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폰이 새로운 소통의 매개로 등장하며 온라인 활동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네티즌의 힘이 결집하다…`카페` 전성기
1999년 5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페한메일`이라는 이름으로 카페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예인 팬클럽이나 문학·영화 애호가 모임에서 학교 동창회·친구 모임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모임이 카페 이름으로 모였다.
카페는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이 오가는 파리의 카페 문화를 온라인에 옮기고자 만든 서비스다. 1997년 무료 이메일 `한메일`을 시작했던 다음은 카페를 내놓으며 국내 선두 포털에 올랐다.
PC통신 동호회보다 개설과 운영이 자유로운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단순 친목을 넘어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수십만 명의 회원을 가진 대형 카페가 등장했다. 2002년 월드컵과 대통령 선거 등 뜨거운 이슈가 터지면서 네티즌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카페도 탄력을 받았다. 온라인에 모인 사람들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던 때였다.
사람들은 카페에 모여 이슈와 관심사를 토론하고 정보를 나누며 실제 행동에 나섰다. 2001년 99만개였던 카페 수는 2002년 192만개, 2003년 400만개로 폭증했다. 현재 다음 카페는 3800만 회원이 이용하고 1000만개의 카페가 개설돼 있다.
민윤정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는 “초기 카페는 PC통신 경험을 혁신하고 취향과 관심사를 나누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모이기를 좋아하는 문화적 특성과 좋은 IT 인프라가 만나 사용자 스스로 정보를 만들고 교류하는 커뮤니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2003년 카페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페의 전문 자료는 네이버 검색 결과 개선에 기여했다. 정보성이 강한 네이버 카페는 꾸준히 성장하다 2007년 카페 운영과 꾸미기 기능을 개선한 `네이버 카페 시즌2`를 계기로 2010년 월간 페이지뷰에서 다음 카페를 누르고 역전에 성공했다.
◇개인 미디어의 탄생, 블로그
해외에서 간단한 `웹의 기록`으로 탄생한 블로그는 2000년을 전후해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1년 국내 최초 블로그 사용자 모임 `웹로그인코리아`가 탄생했다.
어느 정도 프로그래밍 지식이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던 블로그는 2003년 한미르·네이버 등 포털이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중화 물꼬를 텄다. 같은 해 차별적 기능을 제공하는 전문 블로그 `이글루스`도 문을 열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엠파스에 이어 2005년 다음까지 블로그 서비스에 나서면서 포털의 블로그 경쟁이 심화됐다.
홈페이지보다 쉽고 간단하게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블로그는 급속도로 확산됐다. 포털은 네티즌이 직접 생산한 콘텐츠를 검색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고 사용자 간 교류를 유도하며 체류 시간을 늘렸다.
2006년 다음은 블로그를 미디어다음 뉴스에 올리고 태터앤컴퍼니의 블로그 저작 도구로 설치형 서비스 `티스토리`를 시작하는 등 파워블로거 유치에 나섰다.
블로그는 사용자가 보다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포털 블로그는 블로거가 직접 설치해 쓰는 `설치형`에 비해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었다. 네이버는 2007년 간편하게 블로그 디자인을 맘대로 꾸미는 등 자유도를 대폭 높인 `네이버 시즌2`로 블로그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NHN 관계자는 “블로그는 누구나 자기 생각을 개진하고 공유하는 채널”이라며 “블로그에 문맥 광고를 가능케 하는 등 사용자에게 실질적 지원을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
◇새로운 문화 만들다
카페와 블로그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지식과 식견을 뽐내는 공간을 마련했다. 전문가의 입을 거치지 않고도 네티즌 스스로의 생각과 창작이 힘을 얻었다. 언론이 장악했던 언로를 일반인에게도 열어줬다.
다음의 `영화시사회`나 `메조의 재즈바`처럼 일반인이 전문 정보를 생산하고 해당 분야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례가 나왔다. `창작 시나리오` 같은 네티즌 창작의 장, `취업뽀개기` `레몬테라스` 같은 실용 정보 카페가 성장했다. `엽기 혹은 진실` 등은 유머와 이슈의 출발점이 됐다.
블로거는 시사·패션·IT 등 각 분야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며 파워블로거로 발전했다. 전문 카페나 파워블로거의 의견과 주장은 관련 업계나 사회 여론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치며 미디어의 한 축을 차지했다.
그러나 일부 파워블로거가 대가를 받았음을 밝히지 않고 추천 형태로 공동 구매를 진행하거나 대형 카페를 음성 매매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네이버·다음 카페 수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