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칙적이고 의지가 굳은 사람을 `결기가 있다`고 한다. 흔히 한자로 알고 있지만 반만 맞는 말이다. `결`은 `겨울`의 준말로 순 한글이다. `기`는 한자 `기운 기(氣)`에서 따왔다. 즉 결기는 `겨울 같은 기운`을 말한다. 의롭지 아니한 것을 보고 참지 못해 그것을 바로 잡으려고 결연한 의지를 가지는 것, 그것이 곧 `결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담화는 박 대통령의 단호한 결기가 그대로 드러난 현장이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막은 야당을 조목조목 강하게 비판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결기는 내용 못지않게 박 대통령의 목소리와 제스처에도 드러났다. 총 시간은 10분여에 불과했지만 이례적인 강한 톤으로 야당을 비판했다. 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간간이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의지를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주먹을 쥐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담화는 정부조직법이 더 이상 지체돼선 안된다는 절박감에서 나왔다. 야당이 협조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국민을 직접 설득해 야당을 압박해보자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례적으로 정권 출범 일주일만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일부에선 야당의 지연 전략에 대통령이 페이스를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소통이 문제를 더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지적은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새어나왔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결의에 찬 담화 내용이 국민 여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매사를 이렇게 풀어갈 수 없다”며 “통치의 시대는 갔고, 정치만 가능한 시대”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어사전은 결기를 1.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성을 내거나 왈칵 행동하는 성미 2.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라고 풀이한다. 박 대통령의 결기가 후자이길 바란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