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안에 모터가"
지난 달 26일 천안 자동차부품연구원 시험 주행장에 뒷바퀴 휠 안쪽에 톱니바퀴가 달린 특이한 자동차가 등장했다. 양인범 자동차부품연구원 지능제어시스템연구 센터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터와 구동장치를 바퀴 안에 장착한 인휠(In-Wheel) 전기차”라며 “전기자동차의 미래가 여기에 달렸다”고 소개했다. 인휠 전기차는 말 그대로 바퀴 안에 모터와 브레이크, 감속기 등을 집어넣어 엔진과 복잡한 구동장치를 없앤 첨단 자동차다. 차량 무게를 줄이고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시승한 인휠 전기차는 뒷바퀴에만 인휠시스템을 장착한 중간형이다.
국내 언론 최초로 인휠 전기차에 타봤다. 운전석에 앉으면 실험장치 외에 특별히 다른 점은 느끼기 어렵다. 다만 서서히 달리자 뒷바퀴의 톱니바퀴 돌아가는 진동이 미세하게 전해졌다.
전륜 엔진과 후륜 전기모터를 동시에 작동시킨 채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일반 차량보다 순간 가속도가 빠르다는 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시속 100㎞를 넘었다. 정지상태에서 100㎞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이 9.4초에 불과했다. 전기모터를 끄고 엔진으로만 달리자 12.2초가 나왔다. 2.8초나 제로백을 단축한 것이다. 속도를 줄일 때는 `회생제동` 장치를 가동해 배터리를 충전했다.
이날 시승한 인휠 전기차는 지식경제부 `인휠구동시스템 개발` 과제로 개발된 것이다. 5년간 정부자금 70억원과 민간자금 11억700만원이 투입됐다. 참여 주체만 해도 자동차부품연구원과 현대모비스, S&T대우, 센트랄모텍, 유라, 일진, 우리산업, 태성전장, 퓨전정보기술, 캔시스템, 성균관대, 한양대 12곳에 이른다.
연말까지 현재 32㎾인 출력을 100㎾까지 높인 4륜 인휠 전기차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일반 쏘나타(127㎾)와 출력이 비슷해지는 셈이다. 인휠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은 엔진과 변속기, 샤프트 등 기존 내연기관의 핵심이 모두 제거된다는 점. 양 센터장은 “생산라인이 간소해져 가격이 크게 낮아지고 무게가 줄어들면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늘어난다”며 “4바퀴 조향이 가능해 360도 회전, 좌우방향 이동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내공간이 넓어지고 디자인이 다양해지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10여년 전부터 도요타, 닛산, GM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미쉐린, NTN, 프로틴 등 타이어·부품 업체까지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인휠 전기자동차 시장은 올해 1억2900만달러에서 2015년 6억4500만달러로 연평균 77.5% 성장할 전망이다.
아직 국내 인휠 전기자동차 기술 수준은 세계적 기업에 비해 4년 이상 뒤진 70∼80%에 머물고 있다. 모터 기술은 80% 수준까지 따라잡았으나 제어 기술이 60%에 그치고 있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개발에 참여한 김영준 센트랄모텍 이사는 “기존 엔진 구동축을 5분의 1 크기로 축소해 휠 안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세계적으로 상용화 사례가 없어 우리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라고 말했다.
인휠 전기차= 인휠(In-Wheel) 구동시스템을 사용한 전기차를 말한다. 바퀴 휠 안에 모터와 감속기, 브레이크 등을 모두 집어넣어 내연기관의 엔진과 변속기 등 복잡한 구동장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생산단계 간소화로 무게가 가벼워져 효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