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5일까지 처리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 가운데 주말에도 여야가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3일 오전 이한구 새누리당·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 대표는 오전 10시부터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회동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민주통합당은 여야 지도부가 대통령과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하자는 청와대의 제안도 거부했다. 이한구·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20여분간 협상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협상에 앞서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민주당 입장에서 변화가 없고 신설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 정책을 맡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역으로 민주당은 정부조직 개정안 중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미래창조과학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경제부총리 신설, 국가안보실 신설, 중소기업청 업무영역 확대를 포함한 업무 등이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분리해 처리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제안을 거부했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미래부를 빼고 다른 것만 먼저 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은 오늘 처음 한 것이 아니라 그전에 했고, 우리가 이미 거절했다”며 “새 정부의 핵심 부서를 떼어놓고 다른 것만 먼저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청와대와 여야 대표간 회동도 불발됐다. 박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상 뒤 기자들을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며 “청와대 회동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청와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임시국회내(5일) 처리를 거듭 정치권에 촉구했다. 김행 대변인은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긴급기자회견에서 “새 정부는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내일이나 적어도 임시국회가 끝나는 모레, 즉 5일까지는 통과시켜주기를 거듭 거듭 간곡하게 호소드리는 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야당에 아무런 명분도 주지 않고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며 “야당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한 수용 없이 청와대 입장만 강변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