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역발전 정책은 도로·항만 건설 등 하드웨어 구축에 치중됐습니다. 미래창조산업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SW 중심의 지역발전 전략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지난달 28일 퇴임한 정순남 전남도 경제부지사는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을 지역발전에서 찾고 있다. 지역이 단순히 국가의 하위조직이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는 `특화조직`이라는 소신 때문이다.
30년 가까이 중앙정부에서 지역산업진흥과 지역경제정책을 담당한 정 부지사는 지난 2010년 전남도 경제부지사로 부임해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완도와 신안의 섬마을을 비롯해 22개 지자체와 기업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발품을 팔았다. 서울에 있을 때는 체감하지 못한 열악한 지역산업 인프라와 애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희망도 봤다. 천혜의 관광자원과 문화예술을 접목한 지역특화산업 육성 토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1865억원 정부 예산을 이끌어 낸 실감미디어 사업을 비롯해 서남해 레저기업도시 육성, 풍력테스트베드 구축, 생물바이오특화센터 등 3000억원 가까운 SW 인프라를 구축했다. 농업으로 대변되던 지역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정 부지사는 “마케팅과 전문인력 확보, 자본유치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지역을 수도권과 똑같은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발전 정책은 사회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1970년대만 하더라도 전남의 인구는 400만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에 뒤처지면서 현재는 절반으로 줄었고 60대 이상 고령인구 비율도 크게 늘었다. 동네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지면서 10년 후면 면 단위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 부지사는 22개 지자체의 장단점을 분석한 특화산업 육성에 매달렸다.
정 부지사는 “장성 나노바이오산업을 비롯해 화순 백신연구, 장흥 생체의학, 목포 산업 융·복합대학 등 기존산업과 과학기술을 접목한 신산업 육성에 매진했다”며 “지역인력 양성을 위한 지방대 구조 개선과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한 인력 미스매칭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는 20세기 후반부터 정보기술의 급속한 성장과 교통의 발달로 국가 간 경계가 통합되고 있다”며 “지역경제가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이 질이 보장되는 지역공동체가 창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 부지사는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지식경제부에서 보냈지만, 전남도 경제부지사 직책을 맡아 사명감을 갖고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는 기회가 돼 행복했다”고 감회를 전했다.
정 부지사는 퇴임 후 목포대 교수로 근무할 예정이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