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요즘으로 치면 스타트업을 시작해 글로벌 기업을 일군, 성공한 창업가다. 그의 피를 이어받은 현대가(家) 3세들이 최근 창업 현장을 누빈다. 할아버지의 기업가 정신을 전파하며 스타트업 성공을 돕는다. 경영 세습과 수업에만 집중하는 다른 재벌 2·3세와도 다르다.
◇정남이, 재단 역시 `스타트업`
“청년창업 지원과 글로벌 리더 양성이라는 재단 설립 취지에 공감했습니다. 작은 조직이어서 직접 기획에 참여해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죠. 그런 점에서 재단도 스타트업입니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기획팀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의 장녀다. 지난해 12월 재단에 합류했다. 그전에는 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자신의 의지로 재단을 택했다. 평소 창업에 관심이 있었다. 함께 일한 동료들의 창업도 자극이 됐다. 하지만 직접 창업하면 받을 여러 오해도 우려가 됐다. 현장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역할에서 의미를 찾았다. 정 팀장이 맡은 일은 창업캠퍼스 사업이다.
우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가 한곳에 모이는 `창업 허브`를 만든다. 재단이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정 팀장은 최근 미국 구글캠퍼스를 방문해 창업캠퍼스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얻었다. 2호선 강남역 인근에 적당한 건물을 물색해 최대한 빨리 창업캠퍼스 문을 열 계획이다. 정 팀장은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나라가 살아야 기업이 산다`는 할아버지 말씀을 가슴에 새긴다”며 “아직 생태계 이해가 부족하지만 즐겁게 일을 배운다. 우수 스타트업 발굴·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선, 소셜 벤처 지원에 올인
“제가 남보다 특별한 재능은 없습니다. 다만 조금은 다른 배경으로 저에 대한 주목도가 있다면 소셜 벤처 인식 제고에 쓰였으면 합니다. 소셜 벤처 활성화에 지렛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정경선 허브서울 대표는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장남이다. 정남이 팀장과 사촌이다.
그는 소셜 벤처와 스타트업에 협업 공간 및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허브서울과 사회적기업 지원 기금 마련을 돕는 루트임팩트에서 활동한다. 단순한 창업 지원이 아닌 사회 문제를 창업으로 해결하는 소셜 벤처 지원에 집중한다. 지난달 문을 연 허브서울은 최근 이용자 수가 늘며 자리를 잡아간다. 정 대표는 2호점 확장은 물론이고 소셜 벤처 육성을 위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가동할 예정이다.
그가 소셜 벤처 육성 지원에 뜻을 둔 것은 기존 정부와 기업의 힘으로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소셜 벤처”라며 “사회 혁신을 이끄는 소셜 벤처와 함께 성장하며 이들의 활동을 돕는 든든한 지지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 혁신에 기여하는 일은 개인이 느낄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라며 “더 많은 사람이 이 즐거운 과정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