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체에 무해한 고출력 테라헤르츠파를 만들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테라헤르츠파는 X레이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아 왔지만, 출력 향상이 과학기술계의 난제였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 양자빔기반방사선연구센터(센터장 니콜라이 비노쿠로프)가 소형 가속기로도 고출력 테라헤르츠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기술 개발은 교과부 세계수준 연구센터(WCI) 지원을 받았다. 관련 논문은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2월 8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테라헤르츠파 발생 장치 크기를 기존대비 100분의 1로 줄였다. 대신 출력은 최소 1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향상시켰다.
이 테라헤르츠파는 전자빔이 다른 물질의 경계면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전이 방사선을 이용한다. 지금까지 전도성 금속 박막 한 장을 경계면으로 사용해 투입한 전자빔 에너지에 비해 산출되는 테라헤르츠파 출력이 10만분의 1~1만분의 1로 낮아 출력 증가를 위해서는 대형 가속기를 구축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현재 사용되는 X-레이 또는 밀리미터파를 이용한 전신 검색기는 투과된 이미지를 사람 눈으로 판독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가 있는 반면, 고출력 테라헤르츠파는 고유 진동수를 측정한 숫자 형태로 물질의 종류를 식별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가 없다. 테라헤르츠파는 또 검색 대상 물체에서 흡수·산란·반사된 파장을 검출하는 방법으로 물질 종류와 성분까지도 판별할 수 있다.
연구진은 수백장의 원판형 금속 박막을 전자빔 진행 방향으로 직경이 점점 작아지는 원뿔형으로 배치, 전이 방사선이 박막 가장자리에서 원뿔형으로 모여 방사되게 함으로써 테라헤르츠파 발생 효율을 증가시켰다.
정연호 원장은 “올해 안에 이 기술을 적용한 실험실 규모의 테라헤르츠파 발생 장치를 구축해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없는 신개념 전신 검색기 개발 가능성을 실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