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스마트카 경쟁이 뜨겁다. 유럽·일본·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은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의 협업으로 원천기술을 적극 확보한다. 세계 자동차산업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각국 정부도 스마트카 지원에 집중한다. 중국의 추격은 더 무섭다.
우리나라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핵심인 고안전 반도체와 전장 부품의 해외 의존도는 갈수록 심해진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진다. 부품 공급망과 연구개발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알맹이 없는 허울뿐인 자동차 강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
1. 시스템 및 부품 개발 `엇박자`
2. 연구개발 인프라가 없다
3. 벌써 중국 리스크!
4. 국가적 역량 결집, 아직 늦지 않았다
스마트카는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 기술과 융합해 고도의 안전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똑똑한 자동차`다. 각종 모터쇼는 물론이고 가전 전시회에도 차세대 스마트카 기술이 등장했다. 지난 CES 전시회에서 선보인 무인 주행 및 운전자 인식 시스템 등은 자동차가 더 이상 기계에 머물지 않고, 전자 시스템으로 진화함을 보여줬다. 바야흐로 자동차가 스마트 혁명을 기반으로 인간과 외부 인프라와 적극 소통하는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대에 진입했다.
시장도 급성장한다. 2010년 1586억달러에서 2019년 3011억달러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생산 증가 폭을 크게 웃돈다. 스마트카 기술 혁신은 자동차산업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하게 이뤄진다. 박홍재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최근 스마트카를 비롯해 친환경 및 고연비 자동차를 개발하는 기술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다”며 “이 같은 연구개발을 완성차업체 단독으로 감당하기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경쟁국들은 정부 주도로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의 긴밀한 협력을 도모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동차 기능 안전 국제표준인 ISO 26262 검증도구 개발에 2010년부터 올해까지 40억엔(약 52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일본은 가전과 모바일 부문에서 우리나라에 패배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더욱 공을 들인다. 최근의 엔저 정책도 결국 자국 자동차산업을 측면 지원하는 움직임이다.
이강욱 일본 도호쿠대학 부교수는 “스마트카 전장 분야에 덴소 등 일본 부품업체가 대학 및 반도체업체들과 협력, 3~4년 내 상용화할 기반 기술 확보에 나섰다”며 “국가 연구개발 과제의 주요 응용처가 바로 자동차산업이며, 특히 한국과 기술 격차 확대에 사활을 건다”고 전했다.
유럽과 미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독일은 완성차·부품업체가 연합해 기술 및 표준 장벽 쌓기에 들어갔다. BMW, 폴크스바겐, 다임러그룹과 보쉬, 콘티넨털 등 완성차 및 부품기업들은 국제표준(ISO 26262) 확립과 선행 기술 개발을 주도한다. 이 과정에 반도체업체인 인피니언과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이 회사가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선두를 유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도 완성차와 IT업체들의 협력이 가속화했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 기술, IT 네트워크를 이용한 인텔리 드라이브(IntelliDrive)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강국을 꿈꾸는 중국도 스마트카에 승부를 걸었다. 인피니언, 프리스케일 등 해외 반도체업체와 협력해 기반 기술 확보에 나섰다. 현지 연구소의 인력 채용 비용을 국가가 직접 댈 정도다. 올해까지 자국 완성차의 전장 부품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위재경 숭실대 교수는 “국내 스마트카 원천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길게는 5년 이상 뒤처졌으며 앞으로 기술 종속이 우려된다”며 “지금이라도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할 대·중소기업 협업과 원천기술 개발,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