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로 테마주

18일 여의도 증시는 아침부터 요동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키스톤글로벌이란 낯선 종목이 장 시작과 동시에 전 거래일 대비 14.96% 오른 2075원까지 상승하면서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등지의 해외 석탄을 판매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에야 적자를 면한 업체다. 상한가를 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설마했지만, 맞았다. 테마주였다. 진앙지는 전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로 발표된 김종훈 벨연구소장.

키스톤글로벌의 회장인 정 크리스토퍼영 씨가 김 내정자와 매제지간이라는 사실이 이날 아침 여의도 정보지를 타고 흘렀다. 정 회장의 한국 이름은 정영태. 정 회장 여동생의 남편이 김 내정자다. 두 사람은 김 후보자가 지난 1998년 국내에 유리투자컨설팅(유리자산운용)을 세울 때부터 동고동락 했다는 내용까지 정보지는 `친절히` 알려줬다. 정 회장이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현 알카텔루슨트)의 아태지역 회장을 역임했단 점 역시 시장의 관심을 샀다. 김 내정자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알카텔루슨트에 매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조금 있으니 케이엠더블유, 에이스테크라는 곳도 꿈틀댔다. 알카텔루슨트와 거래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역시 `김종훈 효과`였다.

창업투자사 주가도 `떼`로 움직였다. 우리기술투자를 비롯해 대성창투, 제미니투자, 엠벤처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 등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전 거래일 대비 12% 뛰었다. 벤처 창업 신화의 주역인 김 내정자가 새 정부 최대 핵심부처 장관에 발탁된 만큼, 벤처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게 창투사 관련주들의 급등 이유다.

대다수 테마주는 조회공시 요구에 `주가급변 사유가 없다`고 답한다. 그러면 일단 법적 문제는 없어진다. 하지만 공시 직후 주식을 매각, 대량 차익을 남기는 이들이 있는 게 전형이다. 여러 경고에도 아랑곳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의 책임도 적잖다. 테마주의 투기성을 알고도 투자하는 개미들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워런 버핏은 올해 포트폴리오에서 `가치평가`를 강조했다. 인기 테마주나 옮겨 다녀선 이른바 `성장의 함정(growth trap)`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이 노련한 투자가는 `경험`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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